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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28 조회수 : 576

사도행전 7,51─8,1ㄱ
요한 6,30-35 
 
외적인 표징은 내적인 표징을 앞서지 못한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러시아에 진격했을 때, 어느 날 러시아 병사 한 명을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자기를 황제로 섬기면 후한 대접을 해 주겠다며 전향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포로된 그 러시아의 병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러시아 황제 폐하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나의 충성을 맹세하지 않겠소.”
거절하는 말을 들은 나폴레옹은 화를 내며 부하에게 지시했습니다. 
 
“저 놈에게 거룩한 황제의 표시를 새겨 주어라.”
그러자 한 병사가 달려들더니 그 러시아 병사의 팔에 불 인두로 ‘N’자를 새겼습니다. 
 
“자. 봐라. 이미 네 팔에는 이 나폴레옹의 인(印)이 있느니라.” 
 
이 말을 듣자마자 이 러시아 병사는 옆에 서 있던 프랑스 병사의 칼집에서 칼을 꺼내어
자기의 팔을 뚝 잘라 버렸습니다.
피가 튀기며 하얀 눈밭에 떨어진 자기의 팔을 바라보면서 그는 말했습니다. 
 
“나의 충성은 오직 한 분, 그분에게만 바칠 것이오. 나의 황제 짜르여.”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보고도 또 표징을 요구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외적인 표징만으로는 그 사람을 구원에 이르는 믿음으로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
외적인 표징은 내적인 표징을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외적인 표징은 그저 살에 새겨지는 인(印)에 불과합니다.
내면에 새겨진 표징이라야 구원에 이르는 표징이 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이때의 믿음은 ‘도움의 은총’을 통해 열매 맺은 믿음입니다.
그러자 태중에 말씀께서 사람이 되셔 잉태되셨습니다.  
 
이때 생기는 믿음은 ‘생명의 은총’을 통해 얻게 되는 믿음입니다.
하느님 자신이 생명의 은총이고 그 생명의 은총을 받도록 마음을 여는 힘이 도움의 은총입니다.
도움의 은총까지 이끄는 표징이 외적인 표징입니다.  
 
그다음엔 내적인 변화를 통해 생명의 믿음이 생기게 해야 합니다.
유다인들은 이 과정을 통과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스테파노가 유다인들에게
“목이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여, 여러분은 줄곧 성령을 거역하고 있습니다.”(사도 7,51)라고 말한 것이 그것입니다.  
 
도움의 은총은 원죄의 원인이 된 자아가 죽을 때 비로소 그 사람 안에서 열매를 맺게 합니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는 이들은 믿지 못하는 것이 하느님 탓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합당한 표징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기적이나 이적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물론 그것으로 도움의 은총을 받아들일 마음이 열리기는 하나 참 구원에 이르려면 그리스도를 받아들여 자신이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직전 겨울, 어머니와 밤샘 성령 기도회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놀라운 표징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기도회를 주도하는 회장님의 손 방향에 따라 사람들이 차례로 쓰러지고
걷는 동선에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쓰러졌습니다.  
 
백합의 향기를 맡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그 향기에 취해 탄성을 질렀습니다.
천상의 음악 소리를 들려주겠다고 하니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병이 치유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방언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이 일어나 확신 있게 번역하였습니다.
끝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천상의 소리는 정말 기가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체험들은 금방 잊혔습니다.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회장님이란 분이 안 좋은 것과 연관되었다는 이상한 소문도 들려왔습니다. 
 
표징을 보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외부로부터 오는 표징은 그저 그분께 나의 마음을 열어 들일 힘이 되지만
더는 큰 작용은 하지 못합니다.
내가 자신을 버리고 그분을 받아들여 변하게 될 때 가장 확실하게 믿게 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믿음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여 동정의 몸으로 잉태하게 되었을 때 그것보다 더 확실한 표징은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참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가지려면 표징을 요구하지 말고 말씀을 받아들여 그대로 해보면 됩니다.
그러면 표징을 몸으로 느끼게 되고 그것이 외적인 표징들을 훨씬 앞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5년 동안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라는 10권짜리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삶의 목표이자 좌우명은 ‘행복’이었습니다.
25살까지는 세상에서의 성공이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을 읽고 나서는 세상을 버리고 주님을 따름이 참 행복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도움의 은총이 된 것입니다.
이 도움의 은총으로 이끌기까지 외적인 표징이 필요하였던 것입니다. 
 
책을 통해 오시는 주님의 뜻을 믿고 신학교에 들어갔더니 그 이후로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조금씩 더 행복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만큼 저에게 큰 표징은 없습니다.  
 
하늘이 변하고 바다가 갈라지는 표징이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내 안에서 일어난 표징만큼 클 수 없습니다.
외적인 표징을 구하지 말고 그리스도를 받아들여 자신 안에서 표징이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그리스도를 먹고 마셔보십시오.
그러면 의심할 수 없는 표징은 자신 안에서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믿으면 더는 외적인 표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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