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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31 조회수 : 529

3월 31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사람은 ‘나’를 바꾸기 전엔 절대 변화되지 않는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의 가장 핵심적인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죄에서 구원되는 유일한 방법은 예수님께서 “나”임을 믿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알려주신 당신 이름인 “나는 나”(I AM)입니다.  
 
따라서 “정녕 내가 하느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분명 당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부르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어떻게 “하느님”이라고 하시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하느님을 당신 안에 받아들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머리는 하느님이십니다.
비록 우리 눈에는 인간으로 보이시지만 아버지께서 그분과 함께 계시니 또한 하느님이신 것입니다.
이것을 믿지 않으면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우리가 그리스도가 됨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임을 믿지 않으면 우리는 이전의 “나” 속에 사로잡혀 죄 속에서 죽게 됩니다.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되지 않습니다.
변화되었다고 속을 뿐입니다.
내가 믿는 “나”를 바꿀 때 비로소 변화됩니다. 
 
영화 ‘기억의 밤’(2017)은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 조직 보스가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한 살인범을 나이가 들어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살인범의 기억은 20여 년 전, 살인하기 이전의 고3 학생 나이에 멈춰져 있습니다.
살인할 당시와 그 이후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집을 개조하여 최면으로 고3 시절로 다시 되돌려
살인의 기억을 되살리려 한 것입니다. 
 
자신이 고3이라고 믿는 이 살인자는 천진난만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조금씩 부모와 형이 자신을 속이는 것을 눈치채면서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서로 들어갔는데 자신을 고3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가족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믿는 1997년 고3 학생이 아니라 2017년이었던 것이고, 그도 훨씬 나이가 들어있는 자신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기억해 냅니다.
자신이 살인자였음을. 
 
우리도 자신의 처지를 모른 채 고3의 착한 아들이라고만 믿고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나 진리가 자신 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고3의 ‘나’가 아니라 마흔이 넘은 살인자 아저씨임을 알게 되면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뉘우치고 사죄하고 새로운 ‘나’로 살게 되는 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고3 수험생이라고 믿고 있는 상태에서 착해지려고 노력해봐야 변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될 때 참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것을 알게 해 주시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에서 해방되는 길을 “나”의 정체성이 변화되는 것으로 가르치십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하느님이라 할 수 있느냐며 예수님의 말씀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나”가 바뀌지 않으면 절대 죄에서 해방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이 인간이라고만 믿고 있으면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입니다.  
 
화를 내는 것으로 이웃을 살해하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화를 내는 것도 살해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임을 인정하면 지금까지 내가 섬겨오던 “나”가 죄인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죄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그리스도인이 된 것뿐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 자신이 된 것을 기뻐하고
감사드립시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머리로 보내 주신 이 은혜를
이해하십니까- 놀라고 기뻐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
사실 그분은 우리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지체이기 때문에 그분과 우리는 온전히 한 인간입니다.”(795) 
 
이 믿음을 위해 성체를 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를 당신 머리로 받아들여 당신이 곧 아버지가 되시는 것처럼, 우리 또한 그리스도를 받아들여 우리가 그리스도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이 되시는 것을 믿지 못하면, 우리가 그리스도가 되는 것도 믿지 못합니다.
그러면 “나”라는 죄 속에서 죽고 말 것입니다. 
 
어떤 형제님은 벌써 2년 동안 매일 잠자기 전에 “나는 예수다!”를 100번씩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우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처럼 살아야지!’를 100번씩 결심해봐야 큰 소용이 없습니다.
변화는 자신의 “나”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키면서 성취됩니다. 
 
오늘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당신은 누구요?”라고 물을 때, 예수님께서 “나는 하느님이다.”라고 대답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당신은 누구요?”라고 누가 묻는다면 그리스도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사람이 됩니다.
변화는 노력으로 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때 비로소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은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진리이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될 때야 자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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