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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29 조회수 : 739

2020년 가해 사순 제5주일

​밀떡과 포도주의 삶이 표징의 재료가 되는 삶이다


 요한복음은 ‘표징의 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표징은 믿음을 가져다주는 어떠한 사건을 말합니다. 믿음으로 하느님 자녀가 되는 창조가 이루어짐으로 7일 동안의 창조를 생각하여 요한은 아마도 7개의 표징으로 맞추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카나에서 성모 마리아의 믿음으로 제자들이 믿게 되는 첫 번째 표징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카파르나움에서 왕의 신하가 끝까지 청함으로써 두 번째 표징이 되었습니다. 그다음은 벳자타에서 38년 동안 죄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던 사람이 세 번째 표징이 되었습니다. 5천 명을 먹이신 것도 표징입니다. 한 아이의 작은 봉헌이 수많은 사람을 배부르게 먹이는 표징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려는 사람을 통해 표징이 완성됩니다. 다섯 번째 표징은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오신 사건입니다. 그리스도를 맞아들임으로써 두려움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깃드는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표징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라자로를 살리시는 것이 마지막 표징입니다.


 많은 유다인들은 그 많은 표징을 주셨음에도 믿지 않고 죽어서 이미 몸이 부패한 사람을 살리는 정도의 강력한 표징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죽어서 몸이 썩어가는 것까지 받아들일 제물이 필요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일부러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내버려 두시는 것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희망할 수 있는 사람들도 필요로 하셨습니다. 어떠한 표징도 믿음의 중개가 없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신 것은 표징을 주시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대해야만 하시는 것이 가슴 아팠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뜻에 자신을 십자가에 봉헌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큰 표징의 재료가 되고, 천국에서는 하느님의 가장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이탈리아 한 의사가 미국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가장 어두운 악몽 속에서 나는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난 3주간 우리 병원에서 보고 경험하게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악몽은 강처럼 계속 흐르고 있고, 그 강물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몇 명의 환자가 왔고, 다음에는 수십 명이, 다음에는 수백 명이 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더는 의사가 아니라, 누구는 살고 누구는 집으로 보내져 죽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분류자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환자가 평생을 이탈리아 건강 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나와 나의 동료들은 무신론자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의사이기 때문에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과학이 하느님의 존재를 배제한다고 배웠습니다. 나는 나의 부모님들이 교회에 가는 것을 비웃었습니다.


 9일 전에, 75세 된 한 사제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는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호흡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성경을 가지고 있었고, 죽어가는 환자들의 손을 붙잡고 그 성경을 그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모두 지쳤고, 낙심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끝장이 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사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진맥진했습니다. 우리 동료 중 두 명이 죽었고, 다른 동료들은 감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쉬는 시간 몇 분이 생길 때 기도합니다. 나와 동료들이 서로 얘기할 때, 우리는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격렬한 불신자들이었지만, 우리는 이제 매일 평안을 구하고 있으며, 주님께 우리가 병자들을 돕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합니다.

 

 어제, 그 75세 된 사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3주 동안 여기에서 120명 이상의 사망을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사제가 자신의 상태와 우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평안을 가져다주었었습니다. 그 평안은 우리가 이제는 더 찾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평안이었습니다. 그 사제는 주님께로 갔습니다. 그리고 만일 상황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곧 우리도 그분을 따라갈 것입니다.

 

 나는 6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지구상에서 나의 무가치함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내가 마지막으로 한 호흡을 쉴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비록 나는 고통 받는 사람들과 나의 동료들의 죽음에 둘러싸여 있지만, 내가 하느님께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75세의 한 사제는 자신이 십자가의 제물이 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었고 많은 사람에게 잃었던 믿음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표징이 된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사제는 이웃부터 챙겼던 것이고 사람들은 그 위에 내리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보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표징이 아주 많이 필요한 때입니다. 누구 하나 십자가에 못 박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성당에 와서 가장 큰 표징은 성체성사를 영하면서도 자신은 세상에서 살기만을 원하고 그런 것만을 청합니다. 물로 그런 것도 청할 필요가 있겠지만 주님은 표징의 재료가 될 제자들을 찾으십니다.


 몬테 팔코의 십자가의 글라라 성녀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자신의 심장에 박으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십자가를 박을 굳은 땅이 없다고 슬퍼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심장 안에서 그리스도의 수난 도구들이 나왔고 많은 이들이 믿게 되었습니다.


 예수님만 십자가를 지시고 우리는 세상에서 편하기만을 바라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더욱더 십자가 희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으십니다. 성령은 제물 위에 내립니다. 부서진 밀알 위에 성령으로 당신이 들어오시고, 짓이겨진 포도 속으로 당신이 잉태되십니다.


 믿음은 자신을 죽이는 십자가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십자가를 가장 사랑합시다. 이 제단 위에서만 다른 이들이 믿음을 가지게 되고 나는 주님의 표징의 도구로서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믿음을 줄 표징의 밀떡과 포도주가 됩시다. 내가 부서지고 갈리지 않고 물과 불로 단련되지 않고는 밀떡이 될 수 없고, 짓이겨져 나의 피가 흐르지 않고는 포도주가 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주님의 영원한 사랑을 받을 표징의 재료가 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삶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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