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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10 조회수 : 447
1월 10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 ​바라지 않는 게 죄다 > 
 
저는 아버지께서 4년 전에 췌장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것 때문에 큰 죄책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건강하셨고 병원에 입원하시어 췌장암 진단을 받으신 후 20일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건강한 일반인의 모습에서 하루하루 아주 빠른 속도로 숨도 쉬기 힘든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버지께 믿기만 하면 반드시 기적도 일어날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심으로 의사의 말을 더 믿고 있었던 것을 압니다.
온 몸에 전이된 췌장암 말기는 기적이 아니면 회복될 수 없었고 저는 기적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그때 끝까지 희망하지 못했던 것이 매우 후회가 되고 그것 자체가 아버지께 죄를 지은 마음입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암이 극적으로 치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귀가 솔깃합니다.
특별히 근래에 가장 뜨거웠던 강아지 구충제로 암이 치료된 ‘조 디펜스’의 이야기는 저의 죄책감을 더 자극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이란 생각이 자주 듭니다.  
 
물론 TV에서는 아직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당장 내일 죽는데 부작용을 누가 무서워하겠습니까?
그런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는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하십니다.  
 
그런데 만약 나병환자가 청하지 않았다면 예수님께서 “나도 원한다!”라고 하셨을까요?
하느님은 내가 먼저 원해야 원하십니다.
좋은 뜻을 갖는 것이 전부입니다.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꿈을 품어야합니다.
그것을 품지 않는 것이 곧 죄입니다.  
 
부모가 자녀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것이 죄가 아닐까요?
당연히 지금 나의 처지로서 바라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면 하느님의 자녀로서 바라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바라지 않으면 죄인 것입니다. 
 
어제 우리나라 국립암센터에서 구충제의 항암효과에 관한 임상실험을 ‘가치 없어 취소’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연구진이 모여 2주간 자료검토를 한 결과 논문들도 다 허접한 수준이고 그냥 딱 봐도 효과가 없으니 굳이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입니다. 
 
그런데 뉴욕대 화학과 박사이며 미국내과 전문의인 장항준 원장은 미국은 지금 “‘정부가 주도해서’ 구충제 임상실험중이다.”라고 말합니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 주체로 케니스 코헨 소아 종양학 교수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입니다.  
 
미국에서조차도 정부주도로 임상실험을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무언가 시도라도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연구에 관심이 없는 것이 ‘돈’과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구충제가 암과 다른 질병에 효과가 있다면 수많은 암센터와 제약회사들이 문을 닫아야합니다.
문을 닫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연구가 의뢰 되었으니 의욕이 생길 리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그것이 죄입니다. 바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인류 평균 수명이 고작 20~30세였다고 합니다.
워낙 유아나 아동기에 천연두, 홍역, 콜레라, 폐렴,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플레밍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가 바이러스 샘플을 덮지 않고 휴가 다녀 온 사이 어떤 곰팡이가 피어 그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페니실린의 발견은 그의 지저분하고 정리를 잘 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발견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발견은 수천만 명의 생명을 살리고 연장시키는 엄청난 인류의 수확이 되었습니다. 
 
바라기만 하면 은총이 주어집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천국에 들어가는 꿈을 꿉시다.
그런 사람에게 페니실린과 같은 기적의 약이 주어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주시려고 하는데 아무도 바라고 있지 않다면 그것 자체가 죄가 됩니다.
끝까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끝까지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내일부터 휴가이기 때문에 다음 주 화요일, 즉 14일까지는 묵상이 없겠습니다.
주님 은총 속에 항상 기쁘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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