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티모테오 2서 4,10-17ㄴ
루카 10,1-9
< 이름을 남기려하지 말고 이름이 들어간 것을 남겨라 >
영화 ‘나를 찾아줘’(2014)의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가 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한 가장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책이 많이 팔린 덕분으로 미국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지쳐갑니다.
자꾸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하는 말과 행동에 지쳐가는 것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남편을 통해 자신이 기억되기를 바랐습니다.
특별히 결혼기념일엔 숨바꼭질 놀이까지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합니다.
이에 남편은 지쳐갑니다.
그리고 바람까지 핍니다.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여자 주인공은 남편이 자신을 살인한 것처럼 꾸미고 또 사라집니다.
자신을 찾아달라는 쪽지만을 남기고.
경찰들은 그녀의 남편을 의심하고 남편은 결국 내키지 않지만 TV에까지 출연하며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연기를 한 것입니다.
이것을 본 아내는 다시 남편에게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이전처럼 계속 자신을 기억하고 찾아달라고 요구합니다.
남편은 어쩔 수 없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참으로 무섭게 영화가 끝납니다.
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으려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자존감이 낮기 때문입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게 지쳐갑니다.
반면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을 사람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떤 업적을 통해서 확인하려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고 그 업적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억됩니다.
내 이름이 기억되고 싶다면 자신을 기억해 달라 하지 말고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할 업적을 만들어야합니다.
오늘은 루카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루카라는 이름이 길이 기억될 수 있었던 이유는 루카가 복음을 썼기 때문입니다.
루카복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루카란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그 영원한 분을 알게 하는 복음이 사라질 리는 없습니다.
우리도 성 루카처럼 이름을 남기려하지 말고 그 이름이 들어간 업적을 남겨야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들어간 것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이라야 합니다.
하느님께 의미 있어야 그 의미가 영원히 지속됩니다.
그 업적을 하느님 앞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면 다 허망한 것입니다.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가 10권의 곤충기를 완성했던 나이는 85세였습니다.
파브르는 정식교사도 아닌 임시 교사로 일하며 평생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파브르는 30년간 몸담은 교육계를 떠나 인생의 말년을 곤충기를 쓰는데 바쳤습니다.
그 곤충기는 그의 대작이 되었습니다.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브르의 곤충기를 읽어보진 못했을지라도 그 곤충기 덕분에 파브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년에 곤충기를 쓰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가 말년에 곤충기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업적을 남길만한 존재라는 자존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스톱에 ‘449통’이란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도 1점을 내지 못했을 때를 이르는 말입니다.
띠와 십자리는 5개씩 모여야 1점이고 피는 10개가 모여야 1점입니다.
띠와 십자리가 4개씩이고 피가 9개인 것이 449통입니다.
인생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아무리 졸라봐야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업적은 기억합니다.
예수님은 교회를 남기셨습니다.
교회가 존속하는 한 예수님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됩니다.
우리는 분명 주님 앞에 무언가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일을 할 능력도 주셨을 것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성 루카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복음서까지 쓸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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