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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10 조회수 : 657
9월 10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콜로새 2,6-15
루카 6,12-19 
 
< 내가 선택하는 관계의 꼬챙이 > 

중매로 결혼한 사람들이 이혼율이 낮을까요, 아니면 연애 결혼한 사람들이 이혼율이 낮을까요?
혹은 중매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할까요, 아니면 연애 결혼한 사람들이 더 행복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많은 조사에서 모두 중매결혼한 사람들의 이혼율이 더 낮고 부부간의 애정도 더 깊다는 것입니다. 
 
미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엡스타인 박사는 100쌍이 넘는 중매결혼을 한 부부와 연애결혼을 한 부부들을 대상으로 8년 간 관찰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엡스타인에 따르면 연애결혼을 한 부부의 애정도는 18개월마다 절반 정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중매결혼을 한 부부의 애정도는 신혼 초에는 연애결혼을 한 부부보다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 결혼 후 5년 정도 됐을 때부터 연애결혼을 한 부부보다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혼 10년 후에는 연애결혼을 한 부부보다 두 배 정도에 달했습니다. 
 
왜 중매결혼이 연애결혼보다 부부사이가 더 좋고 이혼율도 현저하게 낮은 것일까요? 
 
닭 꼬치 집에 가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잘게 썰어진 꼬치들이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해서 꼭 붙어있을 수 있을까요?
꼬치들이 하나로 엮이려면 자신들을 뚫는 막대기가 필요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모든 관계는 그 관계를 하나로 엮는 꼬챙이를 필요로 합니다.
물론 사랑이 그 꼬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 사랑이 그저 호르몬 분비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연애결혼은 그 꼬챙이를 자신들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파민이란 호르몬은 환각물질이기 때문에 계속 분비되면 인간의 사회생활에 장애를 주게 되어 계속 분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1년 정도 증가하다가 3년이 되면 거의 분비되지 않게 됩니다.
그런 꼬챙이로 지지대를 삼은 관계는 그래서 길어야 3년인 것입니다. 
 
반면 중매결혼은 중매를 통해 상대의 조건들을 봅니다.
집은 있는지, 직업은 좋은 지, 가정환경은 어떤지를 먼저 살핍니다.
그런 조건들을 보고 결혼을 하니 처음 시작할 때는 큰 애정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그런 조건들의 중요함을 알게 되어 상대가 더욱 고맙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집이 사라지면 어떻게 할까요?
만약 직업을 잃게 되면 어떻게 할까요?
알고 봤더니 시댁 식구들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면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중매결혼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가 영원하려면 영원히 지속되는 꼬챙이를 찾아야합니다.
영원하신 분은 하느님밖에 안 계십니다.
그렇다면 관계의 주체가 내가 되지 말고 하느님이 되시게 해야 합니다.  
 
호르몬이나 조건 등을 따지는 관계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런 관계들의 주체는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믿는 관계에는 항상 ‘의심’이 끼어들게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내 선택이 틀렸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저 사람과 왜 결혼했지?’라고 선택을 자신이 했다고 믿으면, ‘저 사람 혹시 ... ’라며 의심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은 절대 당신의 관계를 당신이 주체가 되어 정하시지 않으십니다.
항상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물어보십니다. 
 
예수님께서 교회의 수장을 정하실 때부터 그러하셨습니다.
당신을 하느님의 아들로 알아보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 16,17)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선택하실 때도 밤새 기도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물어보셨습니다. 
 
“그 무렵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선택하실 때도 그러하셨던 것처럼 사도들도 이런 전통을 이어받습니다.
유다의 자리를 대신할 마티아 사도를 뽑을 때도 자신들이 협의하여 뽑지 않고 그 선택을 주님께 맡깁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제비를 뽑게 하니 마티아가 뽑혀, 그가 열한 사도와 함께 사도가 되었다.”(사도 1,26) 
 
기도하고 제비를 뽑게 한 이유는 사도들이 자신들의 선택이 아닌 주님의 선택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각을 사람을 선택하는데 개입시켰다면
당신을 배반할 유다는 뽑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선택이니 옳은 것으로 믿고 그대로 뽑으신 것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어느 꼬챙이를 선택해서 쓰고 있나요?
그 꼬챙이의 유효기간은 얼마인가요?
오직 하느님의 뜻만이 영원합니다.  
 
관계를 자신이 주체가 되어 맺을 수 있고 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의하십시오.
그들에게 아무리 잘해줘 봐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 않을 때는 쉽게 버려질 수 있습니다.  
 
관계의 주체는 늘 주님이 되어야합니다.
특별히 교회에서 봉사할 사람들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자신이 뽑는 것보다 이미 뽑혀있는 봉사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모든 관계에서 항상 자신의 선택을 믿지 말고 하느님의 선택을 믿어야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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