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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3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30 조회수 : 505

7월 30일 [연중 제17주간 화요일] 
 
탈출기 33,7-11; 34,5ㄴ-9.28
마태오 13,36-43 
 
< 가라지가 존재하는 이유 > 

어느 날 한 가족과 식사를 하였습니다. 
가족들이 몸이 좀 좋지 않아 음식부터 시작하여 위생에 굉장히 신경을 쓰며 사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절대로 시중에서 파는 음료수나 피자 등을 먹이지 않고 음료도 집에서 직접 발효를 시켜 만들어 먹이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콜라를 마셔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인 것입니다.  
 
형제님께서 아예 요즘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면서 몸에 좋은 음식들만 만들어서 먹이고 있었고 아이들도 그 입맛이 들여져서 싱겁고 몸에 좋은 음식들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토피까지 있어서 조금만 음식을 잘못 먹어도 피부가 즉시 반응하여 벌겋게 일어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클 때는 아토피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그 때는 있었어도 몰랐는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아토피나 알레르기와 같은 병들이 지금 아이들처럼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약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면역력을 키워 줄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흙에서 장난치고 먼지나 균이 있는 곳에 아이들이 노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체에서 그런 균들을 이기는 항체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태어나면서부터 무균실에 들어가고 집으로 와서도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아예 처음부터 어느 정도 아이들이 보통 세상의 약간은 오염된 공기에 노출을 시켜 키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은 오히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건강에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켜 스스로 그 환경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주사 맞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어떤 아이들은 다음 날 한 대씩을 더 맞았습니다. 
우리들은 왜 어떤 아이들은 주사를 더 맞아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예방 주사는 너희들 안에 약간의 감기 균을 넣어주는 거야. 
어제 너희들에게 감기 균을 넣어 주었는데 그것에 대한 반응이 없고 항체가 생기지 않은 아이들은 한 대 씩 더 맞아야 하는 거란다.”  
 
그 아이들이 다시 맞은 주사가 백신인지 아니면 다시 균을 더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예방주사라는 것도 몸에 균을 넣는 것이라는 사실은 가히 저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즉, 우리 안에 균을 조금 넣어서 그 균을 이길 수 있는 항체가 스스로 생기도록 하는 것이 예방이라는 것입니다.


나중에서야 하느님께서 세상에 악이 존재하도록 허락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노아의 홍수 때의 일입니다. 
노아의 방주에 온갖 짐승들의 쌍을 태우는 중에 선(善)도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노아는 선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짝 없이 혼자 왔기 때문입니다.  
 
선은 다시 나가 자신의 짝인 악(惡)을 데려왔습니다. 
그래서 노아의 홍수 이후에도 선이 있는 곳이면 악도 함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이 세상에 해당하는 것이고, 하늘나라엔 선만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이 세상에서 악의 예방주사를 맞아 그 악에 대한 항체가 생긴 사람만이 하늘나라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방 주사를 안 맞았던 아담과 하와가 악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이 세상에서 악의 항체를 지니고 하늘로 올라간 이들은 하늘나라에서 절대 악에 넘어지는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다 착한 사람으로만 뽑으시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똑 같은 환경으로 사도단을 구성하셨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악한 사람도 있기 마련인 것입니다.  
 
즉, 천사 같은 요한이 있었는가하면 악마 같은 유다도 있었습니다. 
유다가 사도들 안에 있으면서 나쁜 짓도 많이 했겠지만 사도들은 그로 인해 참고 용서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다른 사도들에게 면역력을 키워주는 예방 주사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예수님께서 유다를 그런 목적으로 뽑지는 않으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를 끝까지 훌륭한 사도로 만드시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이용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 악과 악한 사람들을 우리 곁에 두시는 이유는 다 우리에게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악과 고통은 불평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이겨냄으로써 더 건강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예방주사와 같은 것입니다.  
 
피하려고만 한다면 점점 약해질 것이고 이겨내어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더 강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리지를 뽑아 낼 때는 세상 종말일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악은 세상 종말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왜 우리 곁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지 불평하기 보다는 그것들을 우리 곁에 남겨 놓으시는 하느님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욱 성숙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들을 판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판단은 마지막 날에 천사들에게 맡겨진 일입니다. 
다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도 하나의 은총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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