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연중 12주간 목요일]
창세기 16,1-12.15-16
마태오 7,21-29
< 사람을 판단하는 마음이 모래다 >
돈멀루의 ‘붐비는 우회로’라는 책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자기 회사의 자금 중 수천 달러를 몰래 빼돌린 한 젊은 회사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행위는 적발되었고, 젊은이는 사장실에 가서 그 경위를 보고해야 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내려질 법적 조치가 두려웠습니다.
그의 행위가 모두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사장은 깜짝 놀랄 만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자네를 지금 그대로 일하게 해 준다면, 앞으로 자네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젊은이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대답했습니다.
“예, 사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도 이 일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사장이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네. 가서 일을 계속하게.”
젊은이와 대화를 끝내면서 사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어.
이 회사에서 유혹에 넘어갔다가 관용을 받은 사람은 자네가 두 번째 사람이야.
첫 번째 사람은 나야. 나도 자네와 같은 짓을 했었지.
자네가 받고 있는 자비를 나도 받았다네.”
자비를 받은 사람이 무자비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내가 남을 심판한다면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무한한 자비와 용서를 받았다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믿지 않으면 아직은 용서받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남을 심판하지 마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하시며,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것이 ‘좁은 문’이고 ‘생명에 이르는 문’이라고 하십니다.
결국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습니다.
나쁜 열매란 바로 남을 심판하는 마음입니다.
남을 심판하면서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남에 대한 심판을 하지 않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습니다.
남을 심판하며 주님을 믿어봐야 결국 그 믿음이 허물어질 날이 올 것입니다.
나를 용서해 주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신부님은 강론할 때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합니다.
강론 때 신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 “너무 권위적이야.”하고 지적하지 않으면 “인기를 좋아하는 신부구먼.”하고 말합니다.
원고를 보고 강론을 하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어”하고, 원고 없이 하면, “성의가 없네.”하고 말합니다.
또 강론이 길면 “핵심이 없다.”고 하고,
짧으면 “강론 준비를 안 했다.”고 한답니다.
예화를 들면 “저걸로 시간 때우는 군.”이라고 말하고, 예화 없이 하면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이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판단도 습관입니다.
교만에서 나오는 습관입니다.
판단 안에는 ‘나라면 더 잘하겠다!’라는 교만이 들어있습니다.
그 교만은 나도 용서받은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 죽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면 지옥에 갔을 죄인들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도 “내가 은총을 받지 못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이었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주님! 저는 주님이 베드로에게 보여주신 그 친절을 간구하지 않았습니다.
또는 바오로에게 내려주신 은혜를 간구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던 강도에게 베푸신 그 자비만을 바라나이다.”
길을 잃었을 때 나를 찾아주기를 바라며 점점 찾기 어려운 곳으로 들어가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전화선을 뽑아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찾아와 달라고 하면서 문을 잠가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비를 달라고 하면서 이웃을 판단하는 경우가 이와 같습니다.
집의 기초가 모래라면 그 집은 짓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서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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