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연중 11주간 수요일]
코린토 2서 9,6ㄴ-11
마태오 6,1-6.16-18
< 자선과 봉헌은 오래 묵은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마음으로 >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같이 명절 때나 그분의 생일 되면 선물을 한 아름 준비해 가지고 갑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은인에 대해 이렇게 말해줍니다.
“내가 어릴 때 늘 나를 도와주시던 분이시지...”
아버지는 어릴 때 너무 가난했습니다.
학비도 없고 항상 배고 고팠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아버지를 불러 따끈한 밥도 먹여 주시고 작지 않은 돈을 주머니에 넣어 주시곤 했습니다.
그 후 이사를 해서 떠나왔고 잊혀 진 분이 됐는데 우연히 그 분을 길에서 만난 후 연락처를 알게 됐고 집을 찾아 가 본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아버지 이정도면 그때 도움 받은 것 많이 갚은 것 아닌가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그래 이정도면 그 때 신세진 것 많이 갚은 거지.
그런데 그 때 받은 은혜는 갚아지는 것이 아니란다.
그건 그저 잊지 않고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거지.
아빠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그저 감사할 뿐이란다.”
아들은 숙연해 지며 뭔가를 깊이 깨닫는 모습을 지었습니다.
은혜는 계산적으로 갚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 맞는 말 같습니다.
부모님이 20년 키워주셨다고 20년 동안 그만한 용돈만 드리면 할 일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내가 꼭 필요할 때 받았던 그 사랑과 도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일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갚아도 갚을 수 없는 것이 은혜입니다.
다 갚을 수는 없더라도 그 은혜를 갚으려고 노력한다면 그 사람은 그래도 의로운 사람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의롭지 못한 사람입니다.
하느님께도 은혜를 갚으려 해야 의롭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은혜도 다 갚을 수 없다면 하느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구원의 은총은
아무리 노력해도 다 갚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갚으려고 노력이라도 했다면 하느님께서 의롭다 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사람이 어떻게 의롭게 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하느님은 당신에게 갚지 말고 가난한 이들에게 갚으라고 하십니다.
어떤 사람에게 은혜를 받았는데 그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의 자녀에게라도 갚으려고 합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께서 아끼시는 자녀들입니다.
그들에게 갚는 것이 아버지에게 갚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을 돕지 않는다면 의로워질 수 없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자선을 베풀 때 ‘기쁘게’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보답하며 기쁘지 않다면 그것은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라 적선하는 것입니다.
받은 것에 감사하여 그것을 되갚는다고 생각하면 보답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적선한다고 생각하면 나의 것을 내어준다고 믿어서 아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일을 알려 칭찬이라도 받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선을 베풀 때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말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선행은 의로운 행위일 수 없습니다.
그동안 묵혀온 오래된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다면 속이 시원하고 기뻐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도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기쁘게 줄 줄 아는 사람에게 주님께서 몇 배로 갚아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을 들어봅시다.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도 씨앗을 마련해 주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여러 곱절로 늘려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부유해져 매우 후한 인심을 베풀게 되고, 우리를 통하여 그 인심은 하느님에 대한 감사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기쁘게 내어줄 줄 알면 더 가지게 됩니다.
이미 받았다고 여기기에 기쁘게 갚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받았다고 여긴다는 것은 이미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가진 자의 특징은 기쁘게 보답할 줄 아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자선을 하면서, 봉헌을 하면서 항상 오래 묵은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마음으로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항상 모든 것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고 하느님 앞에서 의롭다는 칭찬을 들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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