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복음: 요한 21,15-19
독서 : 사도행전 25,13ㄴ-21
< 너 나를 사랑하느냐?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주연의 짐 카비젤의 간증이 SNS나 유투브를 통해 많이 시청되고 있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삶 안에서도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예수님의 역할을 하면서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수님이 겪어야 했던 고통들을 그대로 맛보았습니다.
며칠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살이 많이 빠졌고, 채찍을 맞을 때는 실제로 30센티 정도가 찢어졌으며, 십자가 위에서는 심장이 멎고, 번개까지 맞아 자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자신이 보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탈혼이든 죽음이었든 간에 그는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처럼 죽음에 다다랐고, 함께 있었던 많은 이들이 그의 머리에서 빛이 솟아나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가 채찍을 맞을 때 자신의 죄 때문에 그렇게 고통을 당해야 했던 예수님을 떠올리며 죄를 뉘우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고통이 있었는데, 의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믿게 될 것이라 생각하여 쉬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죽음으로라도 영혼을 더 구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 이유는 바로 그리스도의 고통을 직접 느껴봄으로써 그분을 더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세 번씩이나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십니다.
당신을 사랑하거든 당신 양떼를 잘 보살피라고 하십니다.
양떼는 참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교회는 그 양떼를 맡아서 돌보는 일꾼들입니다.
그 일꾼들이 주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양떼를 잘 돌볼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의 핵심은 양떼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먼저 그 주인에 대한 사랑을 증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주인에 대한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분이 맡겨주신 것도 소중하기에 열심한 마음으로 돌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양떼가 항상 말을 잘 듣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나 힘든 일을 해나가야 할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제게도 유학생활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원해서 유학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런 일을 시키는 하느님도 교구도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긴 유학생활을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언어공부, 학과공부 등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저의 결정은 ‘매일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기 위한 무엇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을 사랑하는 만큼 나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조금 더 가볍게 질 수 있음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이태리어 버전 10권을 구입하였습니다.
저를 신학교에 오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태리어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단어들이 어려워서 한 페이지를 읽는데 일주일은 족히 걸린 것 같습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에 비하면 내가 그리스도께 드릴 수 있는 것이 너무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분을 조금씩 더 사랑하게 됨에 따라, 그분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십자가의 무게가 더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그분을 위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그분을 위해 무언가를 해 드린다고 생각하면 힘이 듭니다.
그러나 그분을 더 사랑하게 됨에 따라 그분께서 나에게 해 주신 것이 훨씬 더 큰 사랑임을 깨달을 때는 그분을 위해 하는 나의 모든 행위들은 아주 작게만 느껴졌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양떼들을 맡기려는 베드로에게 당신을 사랑할 것을 먼저 요구하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어려움에도 힘들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일꾼으로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전에, 먼저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분을 사랑하면 그분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닙니다.
작은 일에도 힘이 든 것은 그것을 맡겨주신 그분을 그만큼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어차피 그리스도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면, 그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기 이전에, 먼저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나머지는 덤으로 얻고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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