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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3 조회수 : 444

6월 3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독서 : 사도행전 19,1-8
복음 : 요한 16,29-33 
 
< 세상을 이기는 법 >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거리에서 갑자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이 70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살을 한 것이었습니다.  
 
앰뷸런스가 와서 할머니는 곧 병원으로 실려 갔고 뒤이어 달려온 경찰들이 사람들을 해산시키고는 자살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할머니의 아파트로 올라갔습니다.
실내는 온갖 고급 도구와 사치스런 장식품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왠지 썰렁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 정도 살림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닌 것 같고, 혹시 건강상의 이유나 불치병 때문일지도 몰라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주치의는 할머니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건강했다고 말했습니다.  
 
골똘히 고민하던 경찰관은 책상을 뒤져 보았습니다. 
할머니의 작은 수첩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수첩을 펼쳐보는 경찰관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군.” 하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머니의 수첩엔 365일 동안 똑같은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무도 나에게 오지 않았음.”
왜 할머니는 자신이 누군가를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매일 다른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만 있었을까요? 고독했기 때문입니다. 
고독하면 누군가를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다시 고독해지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고독한데 고독하고 싶지 않아 만남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식당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면 분명 어딘가에 부모가 앉아있을 것입니다.  
 
혼자 있다면 두려워 활개를 칠 수 없는 것입니다. 
혼자라는 고독감이 더더욱 자신을 방에 가둡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나갈 수 있으려면 혼자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합니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혼자되는 것이 두려우면 세상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세상은 인간이 외로워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아서 돈이나 명예,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믿게 만듭니다. 
그렇게 외로움은 세상의 지배하에 살게 만듭니다.  
 
그러나 수많은 친구가 있어도, 인기가 많아도 여전히 고독한 사람은 고독합니다. 
이는 돈을 주고 애정을 사서 외롭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영국의 문인 부르크가 미국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부두에는 전송객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전송객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서운함을 느낀 부르크는 부두에서 놀고 있는 한 어린아이에게 “얘야! 내가 네게 6실링을 줄 테니 내가 저 배를 타고 떠날 때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6실링을 받은 아이는 정말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부르크는 “돈 받고 흔드는 손을 보고 나는 더욱 고독을 느끼게 되었다.”
는 고백을 했습니다. 
 
이를 군중속의 고독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많은데 늘 외로운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 외롭기 때문에 군중 속에서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외롭지 않은 사람입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야 세상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어야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체 홉은 “고독이 두렵다면 결혼하지 마라.”라고 했습니다. 
결혼 배우자를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는 도구가 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면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합니다. 
고독안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에르 케고르는 “내가 고독할 때 나는 가장 고독하지 않다.”고 말했고, 도오로우는 “나는 일찍이 고독만큼 사이가 좋은 벗을 본 적이 없다.”라고 했으며, 펄 벅은 “내 안에는 나 혼자 살고 있는 고독의 장소가 있다. 
그 곳은 말라붙은 마음을 소생시키는 단 하나의 장소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이들이 당신을 버리고 떠날 것임을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심으로써 그들을 안심시킵니다. 
이미 알고 있으니 괜찮다는 것입니다.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으면 돌아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아버지와 함께 계시니 걱정 말라고 하십니다.  
 
이렇듯 세상 애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고독 가운데 더 나와 친밀하게 함께 하심을 믿어야합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봐야 합니다. 
그래서 외로울 수 없어야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세상을 이기는 법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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