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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9 조회수 : 529

4월 9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민수기 21,4-9
복음: 요한 8,21-30 
 
< 내가 속한 세상은 나의 본성이 정한다 > 

제가 보좌 신부로 있을 때 한 어머니가 다급하게 면담을 요청하셔서 들어보았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아들이 군대에 갔는데 귀신을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귀신을 본다며 무서워서 매일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귀는 있는 것은 알겠는데 산 사람이 죽어서 귀신으로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은근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때 마침 아들에게 또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는 핸드폰을 저에게 넘겨주셨습니다.
저는 당황했지만 그렇지 않은 척 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갑자기 그가 본다는 귀신이 무엇을 입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군복에 이름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름이 있어서 상관에게 말했는데 몇 년 전쯤에 화장실에서 목을 매서 자살한 군인의 이름이라고 말해주더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상관들도 믿게 되어 매일 어머니에게 전화 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금 전화를 하는데도 귀신이 따라와서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귀신인줄 몰랐다고 합니다. 
자대에 배치 받아 보니 이미 도착한 신병이 앉아있어서 함께 내무반에 있었던 것입니다.
며칠 지난 후 신병으로 들어온 사람은 본인 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 옆에 있는 신병은 본인에게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 겁이 나서 아무리 떨쳐보려 해도 안 되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얼굴을 마주대고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에게서 왜 떠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귀신이든 뭐든 간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귀신이든 마귀든 보이는 사람만 보입니다. 
물론 다 같은 이유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그 세계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 세계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돈을 너무 좋아해서 돈에 미쳐버리면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 보입니다. 
다른 세계로 건너간 것입니다. 
게임 중독자들이나 음주나 마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자신이 속한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누군가 무엇을 좋아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한 몸이 됩니다. 
자녀를 좋아하면 자녀와 한 몸이 되어 자녀가 아프면 부모도 아픕니다. 
한 몸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속하게 되고 나 또한 그 안에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사랑하셔서 아버지께서 당신 안에 머무르시고 당신이 아버지 안에 머무시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것과 하나가 되어 그것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이것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간다.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바리사이들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루카 16,14 참조). 
돈을 좋아했기 때문에 돈이 속한 세상에 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바리사이들을 자신들의 세상에 가두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세상은 각자가 좋아하는 것으로 꾸며지고 그 좋아하게 된 것 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늘의 것을 좋아하셔서 바리사이들의 세상과는 아주 다른 세상에 머무시는 것입니다. 
 
저는 그 군인에게 귀신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응답하지 말고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무관심하라고 했습니다. 
대응을 하고 반응을 하는 것은 그 세계에 속해있다는 뜻입니다.  
 
그 군인은 냉담 중 애인과 헤어지고 그 와중에 군대라는 힘겨운 곳에 들어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현 세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높은 세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기에 낮은 세상으로 떨어진 것이고 낮은 것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나마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군인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당에서 학생회장도 했다는 말을 듣고는 일단 하느님께 속하기 위해 다시 성당에 나가라고 했습니다.
내가 속하려고 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바꾸면 됩니다. 
 
며칠 뒤에 밝은 얼굴로 그 군인의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감사하다고 호두파이까지 주셨습니다.  
 
며칠 동안 말을 걸어도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대꾸하지 않았더니 “흥, 재미없어!” 그러고 내무반 밖으로 나가더란 것입니다. 
그 이후로 일주일 동안 귀신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속하려면 하느님의 나라의 것을 좋아하면 됩니다. 
하느님 나라의 것이 세상에 오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면 하늘에 속하게 됩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믿어야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 속하려면 그분에게서 온 것을 좋아하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를 파견하셨습니다.
그러니 교회를 사랑하면 예수 그리스도께 속하게 됩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돌아가시기 적전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결국 교회의 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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