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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8 조회수 : 639

4월 8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 
 
복음: 요한 8,12-20 
 
< 세상의 빛: 헌금함 옆의 예수 > 

어제 ‘세상의 빛’을 묵상하며 꾸르실료 차수 지도를 들어와 계신 이종덕 가밀로 신부님의 강론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그래. 이것이 세상의 빛이겠구나!’라고 느낀 것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이종덕 신부님은 신학생 때 휴학을 하신 적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의왕에 있는 성 라자로 마을에서 봉사를 했다고 합니다. 
라자로 마을은 나환우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네였습니다.  
 
그때 한 작은 방에서 움직이기도 어려운 나환우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손은 다 뭉그러졌고 얼굴도 녹아내리는 초처럼 되어버린 할머니였습니다. 
묵주를 쥐기 힘든 손으로도 그분은 작은 방에서 묵주기도만 바치고 계셨습니다. 
 
이종덕 신학생이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천당 가시려고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할머니의 대답이 이 신학생의 뒤통수를 때리듯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학사님, 제가 너무 받은 게 많아서요. 
뭐라도 보답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네요. 
제가 감사해야 하는 분들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드리려고 기도하는 거예요.” 
 
어쩌면 이종덕 신부님이 신학생 때는 자신이 천당에 가기 위해 기도를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를 남을 위해 바치고 있다는 것에 놀란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남을 위해 사는 사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선언하십니다. 
빛이 없으면 앞이 보이지 않아 ‘두려움’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함께라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세상에서 나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집착하는 것들입니다. 
만약 애인을 사귀고 있다면 그 애인이 떠날까봐 두렵습니다. 
만약 돈을 좋아한다면 돈이 사라질까봐, 가난해질까봐 두렵습니다. 
자녀에 집착하면 자녀가 안 좋은 일을 당할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이것이 어둠을 걷는 삶입니다. 
예수님은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하라고 하십니다. 
 
빛은 바로 보게 합니다. 
바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 계신 하느님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당신을 알면 아버지도 알 수 있다고 하시는 말씀은 당신이 아버지를 볼 수 있게 하시는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아버지를 볼 수 있게 되면 저절로 세상에 대한 집착이 사라집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상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종덕 신부님은 한 할머니를 통해 그리스도를 보았습니다.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이웃을 위한 삶을 본 것입니다. 
그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를 보게 되었고 그렇게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다시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빛이 되는 길은 빛을 바라보고 따르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빛이시고 그 빛이 한 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복음 사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에 헌금함 곁에서 하신 말씀이다.” 
 
도대체 당신이 빛이시라고 증언하면서 헌금함은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요한복음은 창세기의 해설서라 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 에덴동산에 헌금함이 있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헌금함에 바쳐야 했던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선악과입니다.  
 
자신의 소출 중에 일부를 바치며 참 주인은 하느님이시라 고백하는 것이 헌금함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참 주님으로 보게 만들어 주님께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게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또한 선악과나무의 옆에는 ‘생명나무’도 있었는데 하느님께서 당신을 주님으로 인정하여 봉헌하는 이들에게 주시려고 하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이 바로 당신이심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종덕 신부님은 서품 받을 때,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소에 대한 확신을 가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때 제대 앞에 예쁜 꽃꽂이가 보였다고 합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척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는 빛이 필요합니다. 
그 빛이란 내어줌을 좋아하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려면 세상에 생명을 주는 양식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 빛을 본 이들은 교회 옆에 있는 헌금 통에 자신이 가진 것을 봉헌하며 세상 것에서 시선을 떼어 하느님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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