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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1 조회수 : 514

4월 1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 
 
복음: 요한 4,43-54 
 
< 자신을 믿지 않는 만큼 표징과 이적을 얻을 수 있다 > 

오늘날 이 시대에도 다음과 같이 말하며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혹시 신이 내게 기적이나 이적을 보여 준다면 그때는 믿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이들은 표징이 없어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안 믿으려 해서 못 믿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주 작은 표징에도 큰 믿음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의 영적 멘토 스즈키 히데코 수녀님이 들려주는 생생한 증언입니다.
“2004년 말, 나는 수마트라 지진으로 쓰나미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태국을 방문했습니다. 
쓰나미의 엄청난 공포를 겪으면서도 목숨을 건진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분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힘이 되어 준 것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일본인 여성이 대답했습니다. 
 
‘인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고 느낀 순간, 매일 아침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나한테는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라는 확신이 저를 구해 주었어요.’ 
 
프랑스 여성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커다란 파도의 무서운 기운을 등 뒤로 느끼면서 산으로 도망치고 있을 때, 나는 날마다 성당에서 바쳐지는 기도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 기도가 내 등을 밀어 줘서 밀어닥치는 파도보다 빨리 도망칠 수 있었어요.’ 
 
이 사람들의 체험을 들으면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도가 언제나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닿아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재 참조: ‘행복을 발견하는 시간’, 스즈키 히데코; 참조 ‘2015 사순묵상 - 이루신 일 놀랍네’, 미래사목 연구소) 

어떤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그저 미미하게나마 느껴지는 기도의 힘을 믿으며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큰 표징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믿지 않겠다고 이미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신이 내린 결정을 지나치게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됩니다. 
 
사실 지옥에 간다면 그것은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지옥에 갈 것을 믿습니다. 
어떤 표징도 그들의 결심을 꺾을 수 없습니다.  
 
“지옥에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에 맞는 삶을 삽니다.
돈을 좋아하고 사람을 미워하고 육체의 쾌락에 빠집니다. 
말로는 지옥에 가고 싶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렇게 믿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다는 온갖 핑계를 댑니다. 
 
그 중에서 자신에게는 주님께서 어떠한 표징도 내려주시지 않는다는 핑계가 제일 큽니다. 
이는 마치 자해하는 사람이 자신들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미리 결정해서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해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자해를 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 속에서 자신의 믿음이 옳았다는 평화를 얻습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예언을 해 놓고 그것에 맞추어 살며 자신의 예언이 맞았다며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나무라십니다. 
왜냐하면 그 마음속으로 이미 그 표징을 믿지 않기로 결심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중에 표징만 주어지면 생각을 바꾸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왕실 관리가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아들의 치유를 청하는 그에게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너는 표징과 이적이면 믿을 수도 있다.”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는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왕실관리는 어느 정도 표징만 주어지면 믿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표징을 받은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안엔 진리가 없습니다. 
하느님이 진리이시고 그분을 증언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리이십니다.  
 
나에게 옳은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참 진리를 거부하고 그분께서 주시는 표징도 거부합니다. 
자기가 내린 예언이 틀리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 맡겨야합니다. 
 
우리가 표징을 청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나쁜 것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바꾸려하지 않으면서도 표징이나 해보라는 식으로 청하는 것입니다.  
 
표징과 이적을 청할 때, 우선 자신의 믿음을 언제든 바꾸려는 유연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아브라함의 며느리를 찾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낙타에게 물을 주는 사람이면 주님께서 점지해주신 며느릿감이라 여기겠다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이 나타나자 의심 없이 그 여인임을 믿었습니다.  
 
기드온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는 것이 맞는지 양털로 하느님을 시험하였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아무 불평도 하지 않으시고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자 기드온은 인간적인 시각으로는 질것이 뻔하였지만 그래도 목숨을 걸고 적들에게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표징을 보면 내 삶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청해야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표징과 이적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열매가 맺는 나무에 거름을 주십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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