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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29 조회수 : 480
3월 29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아라비아에 세헤라제드란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임금의 호출을 받게 됩니다. 
이 호출은 죽음의 부르심입니다. 
왜냐하면 그 못된 임금은 누구든 하룻밤을 지낸 뒤에는 반드시 죽이기 때문입니다. 
 
세헤라제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첫날 밤 임금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끝을 맺지 않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임금은 세헤라제드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천 일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천일야화’ 혹은 ‘아라비안나이트’가 탄생한 것입니다. 
 
세헤라제드의 이야기는 천 하루 만에 끝났지만 임금은 그녀를 여전히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임금의 왕후가 되었습니다. 
임금은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처음부터 그녀 머릿속에 천 일 동안 할 이야기가 다 담겨있었을까?’
아닐 것입니다. 
하루 이야기하고 나면 그 다음 날 것을 또 생각해내야 했을 것입니다.  
 
줄거리는 있었을 지언 정 자세한 내용은 그때그때 생각해내야 했을 것입니다. 
며칠 만에 천일동안 할 이야기를 자세하게 지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늘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할 때도 그렇게 말하셨습니다.  
 
그녀의 하루하루는 그녀에게는 별거 아닌 날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들이 모여 마데 데레사 성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가장 큰 계명에 대해 말씀하시며 사랑은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님께 모든 마음을 다 쓰고 항상 주님생각만을 하지는 못합니다.  
 
또한 나의 힘도 주님의 영광만을 위해 쓰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게 하는 것이 참 행복임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옥에 가지 않기 위해 ‘비르짓다의 7기도’를 매일 바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신자들에게도 하루의 15분만 할애하여 이 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그런 식으로 연옥에 안 가려고 하는 것은 너무 비겁한 거 같아요.”라고 말하고, 어떤 분은 “그거 바친다고 연옥에 안 가겠어요?”라고 말하며, 또 어떤 분은 “저는 의지가 약해서요.”라고 말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 이 기도를 바치기 전에는 이런 생각들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작을 해보니 ‘끝까지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년 넘게 매일 바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연옥에 가지 않게 해주시겠다는 약속, 혹은 치명자의 지위에 올려주신다는 약속등은 바치면서 더 믿게 되었습니다. 
‘이 기도도 좋지만 주님은 이 기도를 바칠 수 있는 나의 의지를 보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부터 매일 하는 것입니다. 
 
 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꾸준히 하는 것 중의 하나는 ‘하느님이시오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를 매일 읽는다는 것입니다. 

잠들기 전에 항상 이 책을 조금이라도 읽고 잡니다. 
거의 30년을 그렇게 해 왔습니다. 
1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이었고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책을 제일 싫어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펴 놓고 잠들기 전에 한 줄이라도 읽으려고 하였습니다. 
처음 책들은 본래 두께보다 두 배는 두꺼워졌습니다. 
한 줄 읽고 얼굴을 책에 파묻고 잔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침 때문에 책이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그렇게 매일 하다 보니 5년이 걸려 10권을 달 읽게 되었고 그 사이에 사제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정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단거리도 뛰어보지 않은 사람이 마라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다만 1초라도 매일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을 한다면 이미 마음과 생각과 힘을 다하게 되는 완전함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먼 거리도 한 걸음부터 시작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완전하게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며 망설이고만 있다면 영원히 시작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운동도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서 하면 며칠 버티지 못합니다. 
누워서 식은 죽 먹기만큼만 시작해야합니다. 
팔 굽혀펴기도 두 개를 목표로, 달리기도 5분을 목표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매일 해도 1년 후면 상당히 달라져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과 생각과 힘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게 되는 출발점입니다.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 관심도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매일 하지 않고는 못 배길 양 만큼만 정하여 무엇이든 오늘부터 시작해봅시다. 
그 별거 아닌 것이 매일 되풀이되면 내가 바뀌고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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