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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03 조회수 : 289

이제 이태리 순례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는 순례,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님의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은혜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은혜를 받은 만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야 하겠지요? 

한 가지 공지사항을 말씀드리면, 내일 3월 4일 묵상 글은 올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있을 시간이고 저녁 시간에 한국 도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3월 4일 묵상 글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3월 3일 연중 제8주일 묵상 글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를 지금 제가 있는 성지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친구는 성지를 방문했다가 저를 보았고, ‘혹시’라는 생각으로 “이름이 조명연 아닙니까?”라고 물은 것입니다. 거의 30년 만에 만난 친구였지만 얼굴을 유심히 보니 누구였는지 어렴풋이 기억나더군요. 항상 조용히 공부하는 모범적인 친구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커피 한 잔 같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나 솔직히 고등학교 때 네가 정말 싫었어.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아무리 기억해 봐도 누구를 괴롭힌 적이 없습니다.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았는데, 또 누구한테 맞아본 적은 있어도 때려본 적은 없는 저입니다. 그런데 저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는 열심히 공부하는데 저는 맨날 놀고만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보다 시험 성적이 늘 좋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싫었다는 것이지요. 

누군가에게 상처 준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나의 선의가 상대방에게 오히려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삶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스스로를 성찰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풀어 나가면서 스스로 겸손한 모습으로 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나무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좋은 나무가 되어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람을 향한 지나친 심판과 비판을 하지 말아야함을 강조하십니다. 심판과 비판을 하는 것은 위선자의 모습으로 너그러운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 없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먼저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겸손한 모습으로 이웃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든 상처를 주는 죄 많은 우리입니다. 따라서 겸손의 덕을 잃어버린다면 더 많은 죄를 우리의 삶에 쌓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겸손한 삶을 통해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풍성히 맺는 우리가 되는 것을 주님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좋은 열매를 풍성히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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