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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03 조회수 : 490

3월 3일 [연중 제8주일] 
 
 복음: 루카 6,39-45 
 
<​ 말과 행동이 어떤 나로 끝내기로 결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란 무거운 주제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판타지 영화 ‘헬보이’(2004)를 만들었습니다. 
엄청나게 오른 팔이 크고 뿔 잘린, 지옥에서 온 헬보이가 주인공입니다.  
 
헬보이는 아기 때 우연히 지옥에서 나와 항상 묵주를 들고 다니는 인간 아버지에게 키워집니다. 
그리고 지옥으로부터 나온 자신과 같은 괴물들로부터 인간들을 지켜내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한 인간이 지옥의 괴물들과 결탁함으로써 지구는 다시 위험에 빠집니다. 
그 인간은 지옥의 힘으로 자신과 애인이 불사불멸의 존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헬보이는 그 사람 속에 들어간 악의 세력과 싸워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악의 세력은 헬보이도 자신과 같은 지옥 출신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던 애인의 영혼이 지옥에 갇히게 되자 그도 정신을 잃고 지옥문을 열려고 합니다. 
그러면 수많은 괴물들이 나와 지구를 멸망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묵주의 십자가가 손바닥에 새겨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깨닫습니다. 
출신은 지옥이지만 천국의 사람이 되겠다던 결심을 다시 되새기며 애인의 영혼을 포기하고 지옥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리고 지옥문을 열면서 다시 생겨난 자신의 뿔을 자신의 손으로 잘라버립니다. 
지옥이 주는 힘을 스스로 거부하고 인간들을 지키려 한 것입니다. 
물론 결론적으로 자신의 여자의 영혼도 되찾아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영화 마지막에서 감독은 또 묻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가?’인가? 아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결심’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심이 아닌, 어떻게 끝내야하는 가에 대한 결심이다.” 
 
한 인간은 지옥에서 태어났지만 천국에서 끝내려는 결심으로 천국 시민이 됩니다. 
한 인간은 천국에서 태어났지만 지옥에서 끝내려는 결심으로 지옥 시민이 됩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끝내야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렇듯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는 ‘어떻게 끝낼 것인가에 대한 나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사실 그런 결정을 내리고 있고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이 어떤 목적지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이 말과 행동이 내가 한 결정에 대한 열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고 하시며, 그 열매가 나무를 증명해준다고 하십니다.  
 
열매란 행동입니다. 
나의 행동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나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내가 하느님으로 끝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미워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먼저 빼내야 남의 눈의 티를 빼 줄 수 있다고 하십니다. 
남을 판단하는 것은 열매입니다. 
그 열매는 그 나무가 천국이 아닌 지옥에 가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들보란 옛 본성을 의미하는데 본성은 믿음에 의해 결정됩니다. 
믿음은 내가 누구인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믿는다면 여전히 들보는 내 눈 안에 들어있습니다.  
 
물론 그것을 보지는 못합니다. 
다른 새 본성이 들어와야 옛 본성이 보입니다.
내가 하느님이라 믿는다면 옛 인간의 본성이 보이게 됩니다. 
내가 하느님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옛 본성인 들보가 눈에 들어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처럼 살아보려고 해야 옛 본성이 걸림돌로 작용함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꾸준히 하느님임을 믿고 하느님으로 끝내려고 결정하면 결국 그 들보를 빼낼 수 있습니다. 
 
말도 하나의 열매입니다. 
본성이 선한 사람은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것을 내놓습니다.
예수님은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라고 하십니다. 
본성이 변했는지 아닌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열매가 바로 ‘말’이란 뜻입니다. 
 
부산교구의 한 신부님이 계단을 내려오시다가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가셨습니다. 
마침 은퇴하신 부산교구장 고 최재선(요한) 주교님이 병실에 입원하실 때였습니다.
돌아가시기 한두 주 전이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먼저 주교님 병실을 방문하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무릎이 찌릿찌릿 한 걸 보니 당신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흔이 훨씬 넘어 임종을 앞두신 주교님께서 혀를 차시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쯧쯧쯧. 죽으면 썩어버릴 육신 아끼면 뭐할라꼬!”
주교님은 추운 겨울에도 불을 때지 않은 방에서 주무실 정도로 극기하셨던 분이셨다고 합니다.
이에 신부님도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 날 저녁부터 무릎이 쑤시지 않더랍니다. 
 
본성에서 행동과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평소의 삶이 나의 본성입니다. 
몇 마디 잘 해보려고 해봐야 결국 내 본성 안에 있는 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조금만 나눠보면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게 됩니다. 
 
저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시면서도 계속 “예수-마리아-요셉”만을 반복해서 중얼거리시는 한 할머니 신자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을 보면서 ‘내 안에도 오직 주님만을 모시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세상 것들로 쌓여있더라도 하느님의 자녀로 끝내기로 결심했으니 조금씩 하느님으로 더 채워나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잘 돌아보아야겠습니
그것이 내가 나를 어떻게 끝내기로 결심했는지 보여주는 열매들이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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