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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03 조회수 : 266

어느 간병인이 한 할머니를 10년 넘게 자신의 어머니처럼 간병을 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오랫동안 자신을 정성껏 돌봐준 간병인이 너무나 고마웠지요. 그래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주택 한 채와 땅이 있었는데, 땅은 자녀들에게 상속하고 이 주택은 간병인에게 증여하라는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간병인과 자녀들은 모두 유언 내용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자녀들은 간병인이 할머니를 꼬드겨서 그런 유언장을 남긴 것이라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은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사실 여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재산이나 탐내는 욕심 많은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에서 크게 화도 나고 상처도 받은 것이지요. 그래서 자녀들이 너무 괘씸해서 법적 대응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할머니께서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아서 욕심 부리지 않고 모두 자녀들에게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후에 듣게 된 자녀들의 말과 행동에 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캥기는 것이 있어서 재산을 포기한 것이라면서 자기들이 재빨리 소송을 걸지 않았으면 어머니 재산을 모두 날릴 뻔 했다면서, 10년 넘게 자신의 어머니를 보살펴 준 간병인을 사기꾼 취급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을 대신 해 준 간병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자녀들의 모습이 지금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의심하고 단죄하고 봅니다. 그래서 부모의 감사하는 마음조차 남에게 절대로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주님 곁으로 먼저 간 할머니께서는 이 모습에 어떤 마음이 드실까요? 그리고 주님께서는 이 모습을 어떻게 보실까요?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 역시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은총의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카 4,22)라면서 색안경을 끼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의심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보시면서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루카 4,24)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은총을 베풀지 않으십니다. 

편견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예수님의 은총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편견 없는 믿음은 세상의 기준을 내세우는 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 오늘 제2독서의 사도 바오로가 말하고 있듯이, 사랑의 마음을 통해서 편견 없는 믿음을 갖출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라고 힘차게 말했던 것입니다. 

세상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기준을 내세우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주님의 은총이 이 세상 한 가운데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께서 진실로 원하셨던 좋은 사랑 가득한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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