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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03 조회수 : 408

2월 3일 [연중 제4주일] 
 
복음: 루카 4,21-30  
 
< 미움 받을 용기가 없으면 발전할 수도 없다 > 
 
우리나라 언어는 참으로 소통이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종교 안에서도 이런 면이 잘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미사 끝나고 부제가 주교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올 수 있을까요? 
물론 그 부제가 좀 지나치게 격이 없는 부제이기는 하였으나 저는 이탈리아에서 그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신학교 한 학년만 차이나면 사제가 되어서도 여전히 선배에게 존경하는 말투와 행동을 보여야합니다. 
신학생이 사제를 대하는 것, 사제가 주교를 대하는 것은 이루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의 논문 지도 신부님은 신학생 때부터 주교관에 들어가 둘이 TV를 봤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제가 되어보니 외국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신자분들이 제 앞에서도 어려워 말을 못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도 이런 권위적인 문화에 젖어있어서 신자들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발끈 할 때도 있었습니다. 
종교에서도 이렇다면 사회에서는 더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위계문화가 명령을 지시하면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 집단의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하는 데 유용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 유리할 수만은 없습니다.  
 
창의력은 두려움을 모르는 이들에게서 발휘됩니다. 
또한 권위주의가 협동에 장애를 일으켜 집단을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아웃 라이어’의 말콤 글래드웰은 이 지나친 위계질서 때문에 비행기까지 추락한다고 주장합니다. 
비행기의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은 
 
1. 브라질, 2. 한국, 3. 모로코, 4. 멕시코, 5. 필리핀 순위인데 이 순서대로 비행기 추락 사고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일 예로 1997년 8월 5일,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블랙박스에서 수거한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는 실로 추락하기 직전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합니다.  
 
그 이유는 기장은 지쳐있었고 부기장은 기장의 권위가 두려워 감히 자신의 주장을 말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부기장이 위급상황에서 다시 상승하겠다는 말을 하고 자신이 바로 대처했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기장의 대답을 기다리는 몇 초 동안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만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어구조 자체가 매우 권위적이어서 소통을 방해하고 그 결과 협업에 방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복잡한 경어체계가 있는데, 아주 낮춤(해라), 예사 낮춤(하게), 예사 높임(하오), 아주 높임(하십시오) 등입니다.  
 
제가 아는 언어들 안에서는 이런 경어체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 일상적으로 쓰는 말과 사이가 어색하여 조금 높여주는 말 두 경어체계로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하느님을 ‘너’라고 하며 기도합니다. 
 
우리나라 말은 상당히 미묘해서 저 사람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살펴보고 너무 높여도 너무 낮춰도 안 되는 딱 적당한 경어 체를 선택해야합니다.  
 
물론 말이 편해지면 그들만의 더 끈적한 세계가 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권위적인 문화는 바뀔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학자 손호민 씨는 자신의 책에서 평사원 김씨와 과장 사이의 대화를 한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런 우회적인 화법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장: 날씨도 으스스하고 출출하네. => 한잔 하러 가는 게 어때?
평사원: 한 잔 하시겠어요? => 제가 술을 사겠습니다.
과장: 괜찮아. 좀 참지 뭐. => 그 말을 한 번 더 해 주면 제안을 받아들이지.
평사원: 배고프실 텐데, 가시죠? => 저는 접대할 의향이 있습니다.
과장: 그럼 나갈까? => 말귀를 잘 알아듣네! 
 
저는 요즘 잘 안 되지만 주교님께도 ‘요’를 붙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제가 연세 드신 분께는 ‘다’나 ‘까’를 붙여야하는데도 모르는 사람이나 대등한 관계에서 붙이는 ‘요’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버릇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이랬습니다. 저랬습니까?”라는 말을 쓰면서 친근하게 소통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집에서 부모님께도 “이랬어요. 저랬어요.”라고 한다면 더 큰 가족이라고 부르는 교회에서는 왜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여기까지 읽으시고 어떤 분들은 ‘저 신부는 우리나라 말을 사랑하지 않는군!’, 혹은 ‘어른들에게 반말 쓰는 버릇없는 신부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말을 사랑하고 어르신들에게 반말을 쓰지도 않습니다. 
다만 권위를 중요시하는 군대문화 때문에 비행기가 떨어진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말에 동의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이상한 소리 하면 오늘 복음말씀처럼 고향에서 미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고향에서 미움을 당하십니다. 
분명 그들이 알기로는 목수의 아들인데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십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잘 아는 고향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이스라엘에 많은 과부가 있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방 시돈 지방의 과부에게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셨다는 것, 이스라엘에는 많은 나병환자가 있었지만 오직 시리아 장군 나아만만 고쳐주셨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나자렛 사람들이 당신을 미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십니다. 
 
어떤 사람이 새로 태어나 혼자 특별하다고 한다면 “너만 잘났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새로 태어나는 이들이 겪어야 할 운명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새로 태어나면 그동안 속해 있던 곳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교회에 박해를 약속하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사지 않으려면 그들 속에 섞여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특별한 사람으로 불러주셨다는 것을 믿으면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예수님도 이렇게 고향에서 당당히 미움을 받으십니다. 
 
한국의 반도 안 되는 인구의 유대인들이 왜 노벨상을 휩쓸고 있고 우리나라는 하나도 못 타내고 있는 것일까요?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으며 자신들은 선택받은 민족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미움 받더라도 선택받은 민족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또 탈무드를 공부하며 하부루타 식의 토론을 배우는 것도 특이합니다. 
하부루타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주제로 끝장 토론을 하는 공부방식입니다. 
우리나라 100분 토론처럼 남의 의견을 뛰어넘으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장을 체계 있게 설명해 내면 그만입니다. 
그 토론식의 공부 방식 자체에 의미를 두지 누가 옳은지 그른 지엔 관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터놓고 소통하다보니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자신이 선택받은 민족이기에 그 수준까지 공부를 밀고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미국 유명 대학의 30%, 하버드 대학의 30%가 유대인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세상을 휩쓰는 것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평균 IQ는 유대인들보다 한국인이 더 높습니다.
다만 유대인들은 미움 받을 용기가 있도록 교육받습니다.  
 
자신들은 선택받은 민족임을 성경공부를 통해 믿고, 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서 누구에게도 버릇없다고 미움 받아도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육도 그렇게 가야합니다. 
우리나라가 예의에 몰두할 때 일본과 청나라로부터 어떤 치욕을 당했는지를 상기해야합니다. 
 
말로만 소통이 되는 성당이 아닌 참으로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성당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100분 토론이 아닌 하부루타 식으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나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제시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교회도 나라도 
비행기처럼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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