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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23 조회수 : 287

제가 졸업했던 초등학교에 한 20년 만에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두 번째로 발령을 받았던 곳이 바로 저의 모교 옆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초등학교 내의 학생 수가 자그마치 5,000명이 넘었습니다. 늘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던 운동장은 어마어마하게 컸었고, 교실 역시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기에도 충분히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정문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많은 학생들이 뛰놀았던 운동장은 너무나 작았고, 교실 역시 어떻게 60명 넘는 학생들이 공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제 자신이 커졌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즉, 아이들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이는 삶의 확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만약 머물러 있는 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제 자신은 도저히 성장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기준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그 안의 테두리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기준에 맞춰서 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더 큰 기쁨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안에서 하느님 기준에 맞춰서 살아간 사람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성인 성녀들이었지요. 그들은 세상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기준을 철저히 따랐습니다. 그 순간에는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저렇게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면서 손가락질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기준을 철저히 따랐던 또 한 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예수님 잉태의 순간부터 세상의 기준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갖게 되면 공개 처형을 당할 수도 있는데, 세상의 기준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 엘리사벳 성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믿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사실 성모님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걱정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을 상황입니다. 아직 처녀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했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 두려움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죽음의 순간일수도 있지만,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 성모님. 굳은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엘리사벳 성녀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믿음 때문이며, 이 믿음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믿음은 어떠합니까? 혹시 아직도 세상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느님의 기준이 내 안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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