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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07 조회수 : 323

베트남 성지 순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 아침에 한국 도착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이 시간에 묵상 글을 써서 보내겠습니다. 그럼 새벽 묵상 글을 아주 일찍 시작합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보좌신부로 발령을 받아 갔던 첫 본당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의 주임신부님께서는 제가 신부되기 전부터 컴퓨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흔쾌히 허락을 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가르쳐드렸습니다. 

어느 날, 청년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밤 9시쯤 사제관에 들어오자마자, 주임신부님께서 급하게 찾으셨습니다. 주임신부님 방으로 건너가니 신부님께서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계신 것입니다. 이제까지 배운 것들을 떠올리면서 이것저것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키보드, 마우스 모두 작동이 되지 않아서 2시간째 모니터 화면만 바라보면서 혹시 저절로 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제가 취했던 행동은 ‘Reset’ 버튼을 눌러서 다시 컴퓨터를 재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작동하다보면 Reset 버튼을 눌러야 할 때가 종종 생깁니다. 이를 두려워하면 어떤 작업도 계속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도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도저히 문제의 해결을 찾지 못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 앞으로 나아가 기도와 묵상하는 것이 바로 새롭게 시작하는 리셋 버튼입니다. 컴퓨터의 리셋 버튼은 아예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주님 앞에 나아가는 것은 마음을 다시 잡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이 믿음만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불가능한 것도 가능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의 눈을 통해서 주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눈먼 사람 둘이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칩니다. 앞을 보지 못했던 이 두 사람의 절망을 생각해보십시오. 눈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했지만 모두가 허사였습니다. 이제는 포기하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주님을 만나게 되었고 주님께 자신들의 믿음을 표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작이 되었습니다. 절망의 상황에서 리셋 버튼을 눌러서 주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그때 그들의 눈이 열렸습니다. 즉, 그들은 실제로 주님께서 고쳐주시리라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우리 곁에 참 많이 있습니다. 그때 포기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리셋 버튼을 눌러서 주님께 나아가야합니다. 희망의 주님께서는 우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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