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복음 : 루카 21,20-28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기헌 주교님의 ‘함께 울어주는 이’란 책에 당신 동기셨던 김정훈 부제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김정훈 부제는 공부도 잘했고, 글도 잘 썼고, 그림도 잘 그렸고 무엇보다 신앙이 깊어서 동기들이 닮고 싶었던 친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인스부룩에서 유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그 원하던 사제품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매우 아끼던 부제였고 추기경님 말로는 영혼이 매우 깨끗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신학생 때부터 신부님들께 사랑받고 동기들에게 닮고 싶은 사람이었던 김정훈 부제를 왜 그리도 빨리 데려가신 것일까요?
그분의 유고집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는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매우 사랑받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그림도 잘 그리셔서 그분이 그린 그림들의 전시회도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분을 빨리 데려 가시기는 하셨지만 그분은 어쩌면 이미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처럼 아주 많은 것들을 남겨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분의 삶의 자세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멸망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는 오늘 독서의 바빌론의 멸망과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세상에 속한 예루살렘이나 이 세상을 의미하는 바빌론의 운명은 멸망입니다.
이는 또한 우리 육체의 멸망과 같습니다.
우리는 육체가 멸망하는 것을 죽음이라 말합니다.
진정한 우리는 이 멸망할 것들 안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도구들을 통해 그 멸망할 것들 속에 속한 이들을 구원하시고자 하십니다.
하지만 그 초대에 응하지 않는 이들은 반드시 멸망할 것들과 함께 멸망하고 맙니다.
이를 잘 이해하게 해 주는 세상 마지막 때의 상징들 중 대표적인 것이 구약의 노아의 홍수와 소돔의 멸망입니다.
오늘 복음은 특별히 소돔의 멸망과 관련이 깊습니다.
하느님은 유황불이 쏟아지기 직전에 두 천사를 보내시어 롯의 가족들을 구해오십니다.
하지만 도망치던 중 롯의 아내는 유황불이 떨어지고 있는 소돔 땅을 돌아봄으로써 소금기둥이 되고 맙니다.
아직 자신이 살던 세상에 애착이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 딸린 여자들은 여기에서 상징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도망치기 힘든 상태를 그렇게 표현하신 것입니다.
세상 것을 좋아하면 젖먹이 딸린 여자처럼 세상 것이 나와 하나가 되기 때문에 그런 애착을 가지고는 심판을 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 딸린 여자들은 구약에서 롯의 아내를 상징합니다.
이 세상 것에 집착하는 것이 있다면 비록 교회 안에 머물러도 소금기둥이 되어 안전한 곳까지는 도망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 때가 오기 전에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큰 교훈을 주었던 피정 프로그램은 주일학교 때 한 ‘관체험’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로 기억하는데 정말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고 관에 들어갔습니다.
두려울 줄 알았는데 관은 매우 편안했습니다.
당시 저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닥치니 생각보다 그렇게 두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자고 결심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라고 하십니다.
세상으로 말하자면 환경 위기나 제3차 세계대전, 혹은 유성의 충돌 등일 것입니다.
그러나 홍수가 쏟아지기 직전이었는데도 노아 외에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소돔 땅 위에 유황불이 들끓고 있었어도 소돔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였으며,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있었어도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세상에 대한 애착이 많으니 알아차리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적군에게 포위된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도 잘 모릅니다.
그저 지금이 그런 시간일 수도 있다고 믿어야합니다.
주님은 사제가 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당신의 도구도 부제 때 데려가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주님께서 더 쓰실 것이니 더 살게 해 주실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항상 죽음에 포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아는 삶이 깨어있는 삶입니다.
우리는 항상 매일이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을 바로 하거나 글로 써서 다 해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죽어도 아쉬운 게 없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때그때 몸을 가볍게 하여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된 상태로 살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매일 죽음을 위해 내려놓는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신한 아기가 있다면 낳고, 젖먹이 딸린 아이가 있으면 빨리 키워 시집장가 보내야 하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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