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복음 : 루카 17,1-6
< 죄의 전염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 >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원수 집안의 자녀들이 사랑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룹니다.
줄리엣이 약을 먹고 죽은 척을 하는 것을 모르고 로미오는 진짜 자살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여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자살은 큰 죄입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깨어나 죽어있는 로미오를 본 줄리엣도 따라서 자살을 합니다.
로미오가 죽은 것이 자신 탓만은 아닐 텐데 죽을 필요까지 있었을까요?
죽어야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도 종교적인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자살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비극의 시작은 그들의 부모님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서로 미워하는 마음을 접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들까지 그 죄의 굴레에 빠뜨리게 된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본래 성격에서 헤어 나오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 부모를 보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죄는 유전된다는 말에 많은 이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니 자녀들을 죄인으로 키우지 않으려거든 부모부터 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
과연 맞는 말씀입니다.
세상에 죄인이 아닌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의 죄 때문에 영향을 받고 또 죄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모도 자녀에게 좋은 것만을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죄가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이 더 큰 죄가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
에이즈가 걸렸으면서도 보복 심리로, 혹은 단순히 생활비를 벌겠다고 그 병을 퍼뜨리고 다닌다면 그런 사람은 더 큰 벌을 받습니다.
격리되어야 할 전염병 보균자가 아무도 모르니 밖으로 돌아다녀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 죄에 속해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도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결과가 됩니다.
죄인은 죄인을 만듭니다.
마귀가 인간을 자신처럼 만들려고 하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남도 죄를 짓게 만드는 이들에게 이렇게 강력하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것보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
예수님은 이런 남까지 죄에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미움이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용서는 나의 죄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싸우러 왔다가도 화해를 청하는 사람을 본다면 그 사람도 용서할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용서가 잘 안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믿음을 가지고 행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믿음만 있으면 나무를 바다에 심을 수도 있는데, 용서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고정원 씨는 유영철에게 노모와 아내, 아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용서하였습니다.
그분에게 두 딸이 있는데 처음에 그 두 딸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아버지를 받아들이려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를 죽인 원수를 용서하는 아버지가 더 미웠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들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영철을 용서를 했을 것 같습니다.
유영철에게 피해를 본 대부분의 가족들은 알코올 중독, 자살, 우울증 등으로 큰 어려움들을 겪고 있습니다.
그 미움을 누군가 끊어주지 못해서였습니다.
죄도 전염성이 있지만 사랑도 전염성이 있습니다.
태양이 한 곳만 가려서 비출 수 없는 것처럼 죄와 사랑은 매 한가지로 그 사람의 존재를 변화시켜서 그 사람이 접촉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염됩니다.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미움에서 벗어나야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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