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복음 : 루카 13,18-21
< 하느님 나라를 품은 이의 특징 >
정신과 의사 정혜선 씨는 모든 사람을 “당신이 옳다!”는 마음으로 대하라고 말합니다.
30년 동안 정치인, 법조인, 경제인, 대통령 후보들, 고문 피해자, 세월호 피해자 등 약 12,000명의 환자와 만나본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합니다.
한 중학생 아이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세 시간씩 배회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러면 친구는 “집에 안 들어가고 뭐해. 빨리 들어가, 병신아!”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산소가 필요해 창문을 열었는데 매연이 확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더 이상 산소가 없으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살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집에 들어가야 하는지는 자신도 압니다.
그 대답을 들으려고 전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해답을 찾으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산소, 양식을 찾으려 사람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래, 무슨 일 있어?”라는 관심, 그리고 “그렇구나, 그럼 나라도 안 들어가겠다!”는 식의 ‘공감’으로 대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거나 가출하고 싶다고 말해도 “네가 옳다.”라는 식으로 공감해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해답이 아니라 힘을 얻으려 사람을 만납니다.
한 번은 정혜선 씨에게 자녀가 죽어 슬퍼하는 어머니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어느 날 아침부터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멈추지 않는 증세가 시작된 것입니다.
병원에도 갔지만 눈물은 계속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혜선 씨를 만나 “저 미쳐가나 봐요. 저 미친년 맞죠?”라고 묻더랍니다.
정혜선 씨는 “아니, 자식이 죽었는데 눈물이 안 나는 게 미친년이지 하루 종일 눈물 흘리는 게 뭐가 미친 거예요.”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그렇죠?”라고 말하더니 곧 잠에 곯아떨어졌고 몇 시간 뒤에 일어났는데 눈물이 멈추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찾는 것은 자신이 피신할 공간과 자신의 허기를 달래줄 공감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와 같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정원에 겨자씨를 심었더니 큰 나무가 되어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었습니다.
겨자씨가 심겨진 정원은 우리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 나라가 심겨지면 큰 나무가 생겨서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자신 안에 하느님 나라가 없으면 사람들을 쉬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게 합니다.
휴식을 주려고 해도 자신의 정원에 나무는 없고 가시덤불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상처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는 누룩과 같다고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가 사람을 상징하는 밀가루 서 말 속에 들어가면 그 서 말의 밀가루가 온통 부풀어 오릅니다.
빵에 누룩을 넣는 이유는 반죽이 부풀어 먹기 좋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밀가루로만 만들어 구우면 딱딱하게 되어 배부르게 해주기보다는 치아를 아프게 할 수도 있고 또 목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하늘나라를 품은 사람은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의 허기를 달래줄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 이유는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만나기 때문입니다.
내가 휴식이 되고 양식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상대를 통해 휴식을 찾고 양식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는 성령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랑과 평화와 기쁨입니다.
내 안에 사랑과 평화와 기쁨의 나무가 없다면 누구에게도 휴식을 줄 수 없고, 누구의 배도 채워줄 수 없습니다.
사실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나의 자아가 살아있기 때문인데, 하늘나라가 내 안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나를 죽였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이 지배하는 나라가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렇게 나를 죽였으면 그 사람은 온유하고 겸손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웃과의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먼저 하느님과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웃과의 관계는 저절로 잘 되게 될 것입니다.
내 안의 하느님 나라는 힘든 사람이 쉴 공간이고, 배고픈 사람이 먹을 양식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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