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4일 [연중 제28주일]
제1독서 : 지혜서 7,7-11
제2독서 : 히브리서 4,12-13
복음: 마르코 10,17-30
<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려면 >
‘아이언 맨’은 전 세계가 좋아하는 슈퍼 영웅입니다.
아이언 맨은 돈 많은 과학자가 하늘을 나는 기계 슈트를 만들어 어려운 사람도 돕고 지구도 지킨다는 좀 황당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삶을 대변해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 있습니다.
‘테슬라’라고 하는 전기자동차회사를 만든 사람인데 ‘일론 머스크’라고 합니다.
그는 실제로 아이언 맨 영화에도 깜짝 등장하였습니다.
그는 전기자동차의 에너지를 태양광으로 충전시킬 생각을 해서 태양광 회사(솔라시티)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성에 인류를 살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스페이스 엑스라는 로케트 회사도 만들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처음 로케트 세 대의 발사가 모두 실패하여 엄청난 손해를 보았을 때 포기할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전혀요. 저는 포기를 모릅니다.
제가 죽거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지 않다면 말이죠.”
그는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본래부터 실패의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본래 돈이 없었습니다.
당장 가진 돈 가지고는 그런 일을 할 처지가 못 되었습니다.
투자는 항상 무일푼이 되거나 빚쟁이가 되어야하는 위험부담이 있어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투자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1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돈이 있었는데도 그랬던 것이 아니고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의 동생과 첫 인터넷 사업을 하며 창업을 할 때 하루에 1달러만 쓰고 한 달을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한 것입니다.
그는 마트에 가서 30달러를 주고 한 달 동안 먹을 냉동 핫도그와 오렌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만 한 달을 살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견딜 만 했습니다.
컴퓨터 한 대와 30달러로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안 돼도 한 달에 30달러는 벌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모든 사람이 말리는 일에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성공시킨 사업이 결국 우주 산업까지 뛰어들 수 있게 자금을 만들어준 최초의 인터넷 금융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입니다.
지금은 땅굴을 파서 차들이 막힐 때 지하도로로 들어가 자동주행을 통해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회사(땅 파는 회사)를 ‘정말’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땅굴을 파는 기계를 만들어 땅을 파고 있습니다.
그는 땅 속으로 그리고 우주 밖으로 나아가는 좀 비현실적인 회사를 만들며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대부분은 돈이 없더라도 굶어죽지는 않을 시스템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이 실패하지는 않을까, 직장에서 해고당하지는 않을까, 자녀가 이혼하지는 않을까 등의 고민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만약 일론 모스크도 그랬다면 지금의 혁신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가 모든 재산을 자신의 꿈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두려움에 직면하여 보고 얻은 결과물입니다.
거지와 다름없이 가난하게 살아봤지만 크게 나쁠 거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자가 예수님께 달려와 영원한 생명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그가 율법은 다 잘 지켜왔다고 말합니다.
그가 열심히 살아온 것을 아시자 사랑스럽게 바라보십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하십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고 당신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부자가 하늘나라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시며, 그 일을 가능하게 해 주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라고 하십니다.
어떤 사람은 화성으로 가고 싶어서 모든 것을 투자할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영생을 누리는 하늘나라를 가기 위해 무엇을 투자하고 있습니까?
가진 것을 다 바칠 만큼 간절히 원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투자에는 위험부담이 따름입니다.
하늘나라를 위한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예수님은 그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는 것입니다.
하늘나라도 마치 밭에 묻힌 보물과 같아서 가진 것을 다 팔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투자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하늘나라를 얻기 위해 별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이는 5만원만 투자하고 화성보다 더 살기 좋은 곳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사람과 같습니다.
화성까지 가는데도 완전히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영원히 살 곳을 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투자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1달러 프로젝트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투자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제가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 좋아졌던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군대에 들어가서 편지를 기다리는데 한 통도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7개월 만에 휴가를 나올 때까지 온갖 두려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나를 떠나가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 때문에 혼자 고통을 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는 그 사람이 없으면 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여겨져 그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갖은 방법을 씁니다.
이것이 두려움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이 떠나가도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무언가 자유롭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크게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뜨거운 사우나를 한 번 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두려움은 항상 자신 안에서 현실보다 부풀려져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전쟁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숫자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스트레스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두려움의 실재는 별거 아닙니다.
우리는 항상 현실보다 훨씬 크게 두려워합니다.
우리 자아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일론 머스크처럼 그 최악의 상황을 한 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가난해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신학교 들어가서도 ‘쫓겨나서 신부 못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쫓겨나면 프란치스코처럼 거지로 살면서 복음을 전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오히려 사제가 되지 못할까봐 두려워했던 어떤 신학생들은 그 두려움을 스스로 사제가 되지 않으며 극복하였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자살로 극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다보면 그 두려운 일이 일어나고야맙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잃는 두려움을 넘어서야 비로소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이 존재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울증을 겪을 때 우주로 나가고 싶다는 젊었을 때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가난해지는 두려움을 극복하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잃어도 별거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인생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꿈을 펼쳐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밭에 묻힌 보물인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과연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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