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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25 조회수 : 439
9월25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잠언 21,1-6.10-13
루카 8,19-21 
 
<편애와 공정함의 차이> 
 

2011년 2부 리그 팀이었던 사간도스 축구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고 현재는 1부 리그에서도 1위를 하게 만든 윤정환 감독이 해임했습니다.

사간도스 구단 주장은 윤정환 감독이 선수를 편애하는 탓에 나중에는 더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저는 ‘선수를 편애하는데 저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편애하면 팀이 갈라져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좋은 팀을 만들어 준 윤정환 감독은 선수를 편애한 것이 아니라 정의롭게 그리고 합당하게 선수를 기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한국 감독이 이끌던 2부 리그 팀이 1부 리그에서 우승을 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공을 잘 차는 사람만 뛰게 하고 못 차는 사람은 벤치에 앉혀 놓는다고 불평을 한다면 오히려 그 사람이 정의롭지 못한 사람입니다.

운동장에서 뛰고 싶다면 그만한 능력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편애와 공정함의 차이는 정말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본당 신부를 하고 있을 때, 가장 고민은 누구를 편애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이 현명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못해주었다는 것이랍니다.
모두에게 해 줄 수 없거든 누구에게도 해 주지 않을 때 오히려 편애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분열을 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새롭게 하는 강의들이 많아서 바쁘기도 하였고 4천 명이 넘는 신자들과 일일이 다 친분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였습니다.

따라서 신자들과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봉사자들과는 자리를 함께 한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것에 대해 불평하시는 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은 공정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봉사하는 분과 하지 않는 분과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불공정한 것은 아닐까요?

잠언은 참 지혜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정의와 공정을 실천함이 주님께는 제물보다 낫다.”

정의와 공정은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것일까요?
잠언에서는 “하느님을 비웃는 자는 하느님도 그를 비웃는다” 혹은 “빈곤한 이의 울부짖음에 귀를 막는 자는 하느님도 그가 부르짖을 때 귀를 막으신다” 와 같은 식의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공정과 정의를 좋아하시는 하느님은 그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시는 것입니다.
정의와 공정은 일률적으로 혹은 획일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해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선한 일을 한 이는 구원하고 악한 일을 한 이는 그에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이 공정함이요 정의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수많은 이들 가운데 72제자를 택하셨고 그 가운데 12사도를 뽑으셨으며 그 중에서도 베드로, 요한, 야고보만을 특별히 데리고 다니셨으며 그 셋 중에서도 베드로를 수장으로 뽑으셨습니다.

부활하셔서도 처음으로 수많은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보여주시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는 순서대로 혹은 그 필요성에 따라 당신 부활의 기쁨을 주셨습니다.

사도들이라고 해서 먼저 나타나시지 않고 여자들, 특히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시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후, 사도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물론 그 곳에 없었던 토마스에게는 8일이 지나서야 당신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그 곳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공평함입니다.
이것이 정의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입니다.
편애는 자신이 편애하는 기준을 모든 이들에게 적용시킬 수 없습니다.

그냥 예뻐서 좋아한다는 것은 편애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기준으로 판단해서도 예쁘게 보인다면 그것은 공정함입니다.

하느님은 이웃에게 잘 해 주는 사람에게 당신도 잘 해 주실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못 해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공정이요 정의입니다.
이 기준은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편애와 공정함의 차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우리는 버린 자식 같아요”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편애를 해 달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때면 나의 판단 기준이 모두에게 해당하는지를 먼저 살펴야만 합니다.
그래야 공정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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