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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24 조회수 : 548
9월24일 [한가위] 
 
복음:루카 12,15-21

<​인간구실 하는 법> 
 

요즘만큼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예전에 한 스님에 의해 예언되었던 적이 있어서 더욱 놀랍기도 합니다.  
 
조선일보에 나왔던 탄허 스님(1913-1983)의 예언입니다.
“월악산 영봉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을 할 당시 70년대에는 월악산 자락에는 달이 비칠 호수가 없었고 당시 여자 임금이 나온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1983년 충주댐이 건설되어 월악산 영봉 위로 뜬 달빛이 비칠 수 있는 호수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30년 후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3~4년이면 길게 잡아 2018년인데, 희한하리만치 남북관계가 호전되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철도와 도로 등의 건설을 올해 내에 추진하며 정전선언까지 올해 내에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것이 북한과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맞물리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가 왜 그 어마어마한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이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합니다.
     
통일비용이란 남북한이 경제적 불균형으로 갈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북한도 어느 수준까지 잘 살게 만들기 위해 남한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사실 형제간에도 빈부의 차이가 있어도 자신의 재산 반을 떼어 나누어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살기도 힘든 마당에 우리 세금이 북한으로 다 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입니다.  
 
또한 형제가 나에게 잘못을 하였는데 사죄하는 마음이 없는데도 또 속아서 친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도 힘든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이 현실을 직시해야합니다.

“요즘 인간 구실 못해서...”, 혹은 “저건 인간 구실하겠나?”라는 식의 말을 많이 씁니다.
여기서 ‘인간구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들은 ‘돈이 있어야 인간구실 좀 하며 살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분명 돈 자랑 하는 것이 인간구실은 아닐 것입니다.
그 돈으로 남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야 인간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하느님이라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번영하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타인을 더 이롭게 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더 큰 축복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인간구실은 누군가를 인간으로 만드는 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인간구실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건 부모님의 사랑을 통해서였습니다.  
 
돈으로 치자면 부모님이 나를 위해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인간구실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만약 부모님이 나를 인간으로 키우기보다는 돈을 아까워하였다면 나는 덜 된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를 인간으로 만들 기회가 있어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면 이 얼마나 주님께 축복받는 일이고 우리 건국이념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까?  
 
내가 아끼면 누군가가 인간이 되지 못합니다.
내가 용서 못하면 누군가는 죽습니다.
포용력이 사랑이고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인간구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분단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통일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훨씬 적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한 반에 60명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3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30년 더 지나면 15명으로 줄 것입니다.
나라에 사람이 부족하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수시장이 수출을 위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유럽 선진국들처럼 7~8천만은 돼야 더욱 세상을 이롭게 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단된 채 전쟁걱정하며 살아가는 스트레스는 돈으로는 환산이 안 될 것입니다. 
 
만약 통일이 되면 러시아로부터 값싼 기름이 송유관을 통해 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북한에 조금 비용을 지불하기는 하겠지만 배로 실어오는 것보다
기름 값이 상당히 내려갈 것입니다.
이것의 경제적 효과는 계산이 어려울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있는 노동력과 지하자원 또한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철도와 도로가 놓이면 일본과 중국을 잇는 물류의 통로가 되어 얻는 이익도 상당히 클 것입니다.  
 
군대 복무기간이 더 단축될 것이고 군사비용으로 들어가던 막대한 돈이 일자리 창출로 사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신앙을 가져서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다면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사람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는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추수철과 맞물려있습니다.  
 
이 풍요로움이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조상들이 잘 키워주셨기 때문임을 고백하는 절기인 것입니다.
그분들이 우리를 위해 오늘 복음에서처럼 부자로 머물려고만 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사람구실을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 앞에서 남한이 이제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살면 얼마나 살겠다고 통일은 다음 세대에나 하라고 한다든가, 옛 잘못만을 따지며 그들이 무릎 꿇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부자로 살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을 질책하십니다.
자신의 재산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곡간을 늘리려하지만 그 날이 제삿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인간구실 할 수 있었는데,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심판을 받아야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누군가를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만 하늘나라에 갈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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