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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21 조회수 : 422

9월21일 [성 마태오 사도 축일] 
 
"나를 따라라." 그러자 마태오는 일어나 예수님을 따랐다.
복음: 마태오 9,9-13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제가 대학생 때 주위의 사제나 수도자, 혹은 신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실망감’ 그 자체였습니다.
‘내가 사제가 되면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얼마나 큰 교만이었는지 잘 느끼고 있습니다.  
 
한 번은 수녀님이 수도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수도회에 들어가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사제가 되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볼 때도 비슷하게 거절하였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시골 두 친구가 다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저도 아주 잠깐이나마 ‘사제가 되어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곧 ‘나는 결혼해서 살란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못나게 보이는 사제들이나 수도자들이라도 적어도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저는 그 부르심보다는 세상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 신학생들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고,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어떤 신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신부님이 너무나 마음에 안 들어서 많은 비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잘 아시는 신부님이 그 형제님에게 이렇게 질문하였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하느님이 죽으라면 죽을 수 있습니다.
형제님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실 수 있습니까?” 
 
자기는 가족도 있고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바로 죽을 수는 없는 사람인데,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신부님을 더 이상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책을 평가한다면 먼저 그 책을 읽어야합니다.
사제가 되지 않는 사람은 사제의 길을 평가할 수 없고, 사제들은 또 결혼생활 하는 분들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길을 가기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북한에 태어나보지도 않았으면서, 북한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예수님은 마태오를 부르십니다.
마태오는 누가 보더라도 죄인 중의 죄인의 부류에 속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마태오를 부르시고 그의 친구 죄인들과 어울리십니다.  
 
율법을 철저히 지킨다고 자부하는 바리사이들은 이것에 몹시 분개합니다.
그러나 만약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부르셨다면 그들이 응답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도 않는 이들이었습니다.
모든 율법을 다 지키더라도 예수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 수 없다면 그분의 부르심에 대해 왈가불가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자신들보다 훨씬 죄인이지만, 주님의 눈에는 마태오가 바리사이들보다 훨씬 깨끗한 사람이었습니다.  
 
부자 청년은 예수님께 찾아와 자신이 모든 율법들을 잘 지키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은 완전해 지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철저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자신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에는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그랬다면 이 부자청년은 당연히 세상의 죄인이라 판단 받았던 세관장 마태오라도 자신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를 줄 알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의 선택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분을 따르는 것이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완전해지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을 하십니다.
“성당에서 봉사하는 사람이 말이야 저렇게 행동할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야합니다.  
 
그들은 지금 봉사하고 있다는 것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더 잘 응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누구든 봉사자로 만들고 싶고, 누구든 사제나 수도자로 만들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 때문에 매우 기뻐하십니다.  
 
그러니 내가 그 부르심에 응답해서 잘 살아냄으로써 나의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주던지, 아니면 주님의 부르심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도록 합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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