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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01 조회수 : 467

9월1일 [연중 제21주간 토요일] 
 
코린토 1서 1,26-31
복음: 마태오 25,14-30

<능력 있으면 바쁘다, 그래서 없는 게 나을까?>
 
일본의 원폭피해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한 작가가 있습니다. 나가이 다카시입니다.
의사였던 그는 본인도 원폭 피해를 입고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지만 그 시한부 인생 동안 무려 17권의 책을 집필하여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알렸습니다. 
 
그는 한 평짜리 집을 마련하고 ‘여기당(여기 애인(如己愛人: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의 줄임말)’ 이란 이름을 붙여 두 자녀와 함께 지내며 글을 썼습니다.  
 
여기당은 유리로 돼 있는데 옆으로 보면 성당 성모상이 보여, 그 성모님을 보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글을 썼습니다. 
매년 20만 명 가까이 순례객이 여기당을 찾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던 날 아내는 평소 손에 들고 기도하던 십자가가 달린 묵주와 함께 새카맣게 타버렸습니다. 
아내 때문에 신앙을 갖게 되었던 나가이 다카시는 본인도 마지막 순간까지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묵주알’이란 책도 썼습니다.  
 
그 외에도 ‘나가사키의 종’, ‘영원한 것을’ 등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어, 그가 살아있던 당시부터 일본국회에서는 그를 국민의 영웅으로 추대했습니다. 
천황도 기념품을 하사했으며 헬렌 켈러 여사, 로마 교황 특사 등의 방문을 받았고 그가 사망했을 때는 2만 명의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백혈병 환자의 임종전 6년 동안의 노력이 이런 큰 결과를 낳았던 것입니다. 
 
의사였지만 본인이 시한부 환자가 된 이상 의사생활로는 자녀를 부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글 속에 자신의 순교자적 신앙이 묻어들어 신앙을 전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연필에 침을 발라 쓴 그의 글 한자 한자는 그의 피눈물이었습니다. 
이런 분들 앞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받은 능력이 없다고 원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능력을 주시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원망하며 준 능력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그런 능력을 주실 자비로운 분임을 믿지 못하는데 모든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탈렌트의 비유입니다. 
종들은 각자의 능력대로 한 탈렌트, 두 탈렌트, 열 탈렌트를 받습니다. 
탈렌트를 능력대로 받았고 받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탈렌트는 주인을 위해 투자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종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도 그들 몫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주인님이란 뜻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도 주님의 영광을 위해 바쳐져야합니다.
    
그런데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왜 자신만 능력을 주시지 않았느냐고 원망하며 하느님께 아주 조금도 바치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능력을 땅에 묻어놓습니다.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고생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능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 곧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없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다른 종들은 자신들의 주인을 위해 고생한 만큼 상을 받고 기쁨을 누리지만 게으른 종은 벌을 받고 쫓겨납니다.  
 
이 세상에서 주님을 위해 바쁘지 않은 만큼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능력이 없다고 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당신을 증언할 능력을 주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라면과 계란 프라이 정도입니다. 
저는 일부러 음식 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유학생활 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누군가 음식을 해 주면 먹지만 스스로 만들어먹는 경우는 없습니다. 
음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배우게 되면 바빠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능력이 생기면 바빠질 수밖에 없기에 그 바빠지는 게 싫어서 일부러 음식을 배우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게으름 피우려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중독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오늘 하루 아무 것도 주님을 위해 한 것이 없으면 밤의 잠자리가 매우 불편합니다. 
어쩌면 밤의 잠자리가 저의 죽을 때와 같을 수 있겠습니다.  
 
저는 편히 죽기 위해 매일매일 능력을 키워가려합니다. 
저는 한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바쁘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한 탈렌트만 받았다고 불평하며 인생을 게으르게 허비하는 종이 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일 것입니다.  
사실 게으른 게 더 힘듭니다. 
일할 능력이 있어서 열심히 일을 하는 삶이 더 행복합니다. 
능력을 거두어가시기 전에, 혹은 마지막 때가 오기 전에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보면 없던 능력까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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