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영을 넣어 주겠다."
<돌로 된 마음, 살로 된 마음>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어디일까요?
몸일까요? 머리일까요? 심장일까요?
사람이 죽어가는 순서는 몸이 먼저 죽고, 그 다음이 머리, 그 다음이 심장이라고 합니다.
아주 드물게는 심장만 뛰고 있는 뇌사 상태에 있다가 다시 뇌가 살아나고 육체까지도 힘을 되찾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결국 심장만 죽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심장이 죽어버린다면 머리가 살아도 몸이 움직여도 그것은 좀비에 불과한 죽은 존재인 것입니다.
‘웜 바디스’란 영화가 있습니다.
‘따뜻한 몸들’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텐데, 좀비들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들은, 사람, 좀비, 보니(뼈다귀들), 이렇게 세 부류입니다.
좀비는 비록 죽었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인간으로 변해가는 중간 단계이고, 보니들은 인간이 되는 것을 아예 포기해버린 것들입니다.
물론 좀비들도 인간의 몸을 먹으며 살아가는 것들이지만 가끔은 인간의 뇌를 먹으며 그 인간의 기억까지도 가지게 됩니다.
한 청년 좀비는 한 여인의 남자친구의 뇌를 먹고는 그 기억으로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보니들로부터 구해주고 결국에 가서는 그 여인을 위해 자기의 목숨을 바치게 됩니다.
그런데 상처 난 곳을 보니 이젠 인간의 붉은 피가 나오고 있고 뛰지 않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된 것입니다.
남을 해하는 사람이 아닌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주님은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새로운 마음을 준다는 것은 새로운 심장을 준다는 뜻이고 이전에 가지고 태어났던 마음은 돌처럼 굳은 마음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심장으로 바꾸어 넣지 않으면 좀비로 머물러 죽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 심장이란 바로 그리스도의 심장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매고 나에게서 배워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구원을 위해 청해야 하는 유일한 것은 내 심장을 도려내고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채워달라는 것뿐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배우라”고 하십니다.
웜 바디스란 영화에서 한 좀비가 인간의 심장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한 여인의 남자친구의 뇌를 먹으면서였습니다.
심장은 머리를 거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무엇입니다.
마치 지성소가 성소를 거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만 바뀐다면 온 존재가 바뀝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지키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가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의 마음만 지니게 되면 법규는 저절로 지키게 됩니다.
물론 그 법규란 사랑입니다.
미워하고 있다면 굳은 심장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존재의 상승이 일어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이 세상에 남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피가 도는 살로 된 심장을 청해야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양철 나무꾼이 등장합니다.
그는 애인과 헤어지게 됐기 때문에 사랑을 잃었고 심장도 잃었습니다.
그는 심장을 다시 찾고 싶었습니다.
그를 구해준 것은 도로시였습니다.
도로시와 모험을 하면서 도로시를 많은 위험으로부터 구해줍니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심장을 청합니다. 그런데 이미 심장이 자신 안에서 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혼자 머물지 않고 사랑과 함께 머물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젠 사랑할 수 있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하고 싶다면 사랑이신 하느님의 심장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온 세상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 그래서 목숨을 다해 원해야 하는 것, 그것은 사랑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주님은 그것을 주시겠다고 분명히 약속 하셨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