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복음: 마태오 20,1-16
독서: 에제키엘 34,1-11
<내가 만들 수 있는 천국과 지옥>
제 인생의 가장 지옥 같았던 때를 회상해보라면 저는 주저함 없이 고등학교 시절이라 말하겠습니다.
추억의 학창시절? 이 아니라 그냥 지옥이었습니다.
군대를 한 번 더 갔다 오라면 갔다 왔지 고등학교 시절을 다시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 고등학교 시절이 고통이었을까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목표와 경쟁’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하는 목표, 그리고 그것을 위해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 가장 완벽한 두 스트레스가 교차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이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만 했지만 성과는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고3병을 앓고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급기야는 마지막 2달 동안은 신경정신과에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성적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경쟁은 지옥이다.’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도, 직장에 다녀도,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아도 그 경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지옥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귀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누가 가장 인간에게 해를 끼치게 했는지에 대해 자랑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마귀는 음란으로, 어떤 마귀는 돈으로, 어떤 마귀는 술과 마약으로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다고 떠들어댔습니다.
그러자 마귀 중 가장 마귀 같은 마귀는 “나는 사람들이 게으름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정신없이 경쟁하며 살게 했습니다.” 라고 말했고 다른 마귀들은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정신없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하며 살아가는 것, 그곳이 지옥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일꾼들에게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약속하고 아침, 점심, 오후, 저녁에 나가 사람들을 고용했습니다.
저녁에 온 사람들부터 약속한 한 데나리온씩을 주었습니다.
아침에 와서 하루 종일 일한 사람들은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들에게도 한 데나리온만 주어졌습니다.
그들은 불평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오히려 그들을 꾸중합니다.
한 데나리온 받기로 하고 일을 했고, 한 데나리온을 받았는데 왜 불평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들의 문제는 ‘비교’하는 데 있었습니다.
타인과 비교하니 자신은 덜 받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옥입니다.
학교가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공부를 시킨다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데서 큰 기쁨을 찾는 천국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을 넘어서는 경쟁의 장이 되면 학교는 지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가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들 자살률이 1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잘 하는 사람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질투와 불만족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만족이 있으면 자아는 그것으로 무언가에 집착하도록 만듭니다.
집착이 고통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려면 그 누군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해주면 됩니다.
“옆집 남편은 돈도 잘 벌어오는데,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애들과도 잘 놀아주더라.”
이러면 남편을 지옥에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고 이웃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해서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고 경쟁하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옥의 고통에 빠집니다.
자기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경쟁의식을 느끼게 만들면 지옥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이것입니다.
비교하는 지옥에서 벗어나려거든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감사할 거리는 한 데나리온으로 똑같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서 감사의 마음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지옥이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아침부터 일한 사람들이 두 데나리온을 받는다면 행복할까요?
받을 때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며칠 뒤엔 똑같아질 것이고 그 다음엔 하루 종일 일을 해서 한 데나리온 받아서 행복한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의 기대치를 자신이 그만큼 높여놓았기 때문입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행복은 재물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행복은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우냐에 달려있습니다.
옆집이 더 큰 집으로 이사해도 이것만 알면 크게 부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행복은 그것과 관계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집을 방문해보니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힘들게 사는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냥 지금의 처지에서 내 결심에 의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감사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포도밭에서 일하며 하루 종일 일하도록 써주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밖에 있다가 한 시간 남기고서야 간신히 고용이 되어 집에 한 데나리온을 가져갈 수 있게 된 사람을 불쌍히 여겨야합니다.
그리고 일찍 고용해 준 주인에게 감사해야합니다.
감사 일기를 쓰고 매 순간 감사할 거리를 찾아서 감사기도를 드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절대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불만족에 빠질 일이 없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내가 지금 감사하느냐, 불평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불평하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마음은 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천국과 지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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