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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10 조회수 : 358

8월10일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독서 : 코린토 2서 9,6ㄴ-10
복음 : 요한 12,24-26

<기쁘게 죽는 밀알이 존중 받는다> 
 
저의 어머니는 부산에서 자라셨습니다.
결혼해서는 경기도에서 사셨습니다. 
얼마 전에 어머니가 부산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지인들 몇과 함께 일박이일 동안 부산여행을 하였습니다.  
 
반 년 전에도 같은 멤버들과 똑 같은 코스로 여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해운대, 수영, 용두산 공원, 자갈치 시장, 시간이 되면 용호동까지 같은 코스로 가기를 원하십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자랐던 곳에 계속 가고 싶으시겠지만 같은 지인들을 계속 데리고 가는 저는 그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반년 전에 갔던 곳 또 가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어머니 듣는 데서 해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공치사한다고 마음이 상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반 년 전 겨울에도 마지막에 제가 공치사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행 내내 어머니를 위해 내가 무언가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마지막엔 공치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독서엔 바오로 사도가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라고 말합니다.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하게 되면 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하여 그 시간도 행복하지 못하고 공치사까지 하게 됩니다. 
주는 것이 기뻐야합니다. 기쁘려면 주면서도 즐겨야합니다. 
나를 위해 준다고 생각해야지 타인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의롭지 못한 사람이 됩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며칠 전에 2박3일 동안 아는 아이들과 물놀이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즐겨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물에서 7시간 놀았더니 몸살이 걸렸습니다. 
사진을 보니 아이들보다 제가 더 즐거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몸은 좀 안 좋아졌지만 제 자신에게 참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드님이 가난한 우리들에게 당신의 목숨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셨으니 우리도 기쁘게 내어주어야 합니다. 
기쁘게 내어주는 사람은 의로운 사람으로 아버지께 존중받게 됩니다. 
 
수단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던 샘 칠더스라는 미국 목사님이 기관총을 들고 반군들과 10년 이상을 싸워 천여 명의 아이들을 구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수단은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심할 때였는데 반군들이 고아원의 아이들을 마구 잡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폭탄 자살 테러용이나 소년병사로 훈련시키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일일이 아이들을 찾아다니느니 고아원을 습격하는 것이 용이했던 것입니다. 
 
샘 칠더스 목사는 자신도 어둠의 세계에서 자랐고 마약밀매와 조직생활을 거쳐 감옥살이를 한 뒤 이제야 방황을 그치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수단으로 건너온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보다 더 못한 전쟁 병기들로 사용되는 것을 눈뜨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수단 정부, 심지어 미국 정부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으로 도움을 청하러 갔을 때, 또 다시 들이닥친 반군들이 고아원 운영을 돌보던 사람들을 죽이고 아이들을 데려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목사는 더 이상 어찌 할 방법이 없어서 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부군에 합류하여 많은 아이들을 구해내었고 지금은 3백여 명의 아이들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군들은 그 목사의 아이들을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기 때문에 더 이상 그 곳은 넘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샘 칠더스 목사가 운영하는 고아원은 수단에서도 가장 안전한 곳이 된 것입니다.  
 
기관총 목사로 불리는 샘 칠더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총을 든 내 행위가 죄악이라면, 나는 죽어서 당당히 지옥에 가겠다.”

자신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이라야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미워하되 기쁘게 미워해야합니다. 
기쁘게 희생할 수 있어야합니다. 
폭력은 분명 안 좋은 것이지만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든 목사의 행동에 누구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을 줄 알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도 그를 존중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그리스도처럼 ‘기쁘게’ 목숨을 내어놓는 이를 존중해주십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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