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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06 조회수 : 386

8월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마르코 9,2-10
다니엘  7,9-10.13-14
베드로 2서 1,16-19

<남의 목소리 듣는 법> 
 
옛날 어떤 섬에 천개의 종을 가진 사찰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 흔들리며 내는 천 개의 종소리는 듣는 이들을 황홀경에 빠뜨렸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며 그 섬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종은 물속에서도 영롱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 속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려 그 섬 주위로 몰려들었지만 그 소리를 듣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한 청년이 작정을 하고 매일 바닷가에 앉아서 물속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려하였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파도 부서지는 소리와 바람에 실려 오는 갈매기 울음소리뿐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지만 마을의 현자에게 찾아가서 좋은 말씀을 들으며 힘을 얻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종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은 접고 마지막으로 다시 바닷가에 나가서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음을 놓으니 그 소리도 들을 만 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종소리, 두 개의 종소리... 천 개의 종소리가 교향악을 하는 것처럼 명확히 들려왔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싶다 하면서도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는 몇 달 동안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 한 청년에게 한 시간 성체조배 해도 문제가 안 풀리면 제가 백만 원을 주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고민을 하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하면서도 기도를 안 합니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복권을 안 사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기도한다고 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아닙니다. 
성당에 앉아있더라도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주님께서 말씀하실 기회가 없습니다.
말씀하셔도 들리지 않습니다. 
너무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가장 시끄럽게 만드는 대상은 자기 자신입니다.  
 
생각은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에 하느님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 끼어들 수 없으십니다. 
 
위 예화에서 청년은 소리를 듣겠다는 자신의 뜻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자신의 뜻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은 그 자리에 있어도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입니다. 
자신 안에 자신이 갇혀 있는 것입니다. 
소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면 소리를 들어야합니다.
감각을 깨워야합니다. 그래야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소리를 듣는 중에는 모든 생각이 사라집니다.  
 
생각을 하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자신의 의도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머물 때 하느님은 이미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나를 기다리고 계셨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이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내가 그분 앞에 서 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세 사도가 예수님의 새로운 모습을 봅니다.  
 
이 장소는 ‘산’입니다. 기도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산은 높이 올라갈수록 세상 것과 멀어지고 하느님과 가까워집니다. 
 
오늘 예수님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산에 머물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산에 머문다는 말은 지금 여기에 머문다는 뜻과 같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과 모세, 엘리야를 보고도 천막을 쳐서 함께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세상 것을 떠나 그분 앞에 머물기를 배울 때 그분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의 증인이 됩니다. 
자신에게도 변모가 일어난 것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 기도는 기도가 아닙니다. 
 
어떤 목수의 아들이 친구들을 데려왔습니다.
친구들은 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는 모습을 재밌게 구경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실수로 아버지가 풀어놓은 손목시계가 톱밥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톱밥이 워낙 많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시계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엔 걱정하다가 나중엔 서로의 탓이라고 싸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때 목수 아버지는 기계를 끄고 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급할수록 마음을 가라앉혀라. 
일단 무릎을 꿇어보렴. 
그리고 귀를 마룻바닥에 대 보아라. 무슨 소리가 들리니?” 
 
잠시 조용한 가운데 무릎을 꿇고 소리에 집중하였더니 시계소리가 들렸습니다. 
 
“째깍 째깍!”
무릎을 꿇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어보십시오. 
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들으면 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을 거부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들을 준비가 안 된 것뿐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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