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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05 조회수 : 437

8월5일 [연중 제18주일] 
 
복음:요한 6,24-35

<사랑의 상처의 가장 완벽한 치료법>

‘로마의 휴일’로 순식간에 전 세계의 가장 사랑받는 스타가 된 오드리 헵번은 사실 두 번의 결혼을 모두 실패한 매우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나이도 많고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던 배우 멜 페러란 사람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남편의 재기를 위해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남편을 위한 배역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신 주연의 영화 상대 주인공으로 남편을 추천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유명세 때문에 자신이 가려진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남편의 촬영장에 나타나 허드렛일을 하며 남편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흥행 보증수표였던 그녀는 남편이 출연하는 별로 인기도 없는 영화에 동반 출연하여 흥행에 성공하게 합니다. 
물론 남편이 연출한 형편없는 영화에 함께 출연하여 최초로 흥행에 참패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에겐 오래 전부터 다른 여인이 있었습니다. 
오드리 햅번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이혼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임신을 하여 남편을 잡아두려 했지만 남편이 자녀를 원하지도 않고 결국 영화 찍다가 낙마하여 유산되고 맙니다.  
 
그런 아내를 돌보지도 않고 오직 돈과 재산만을 바라는 남편과의 결혼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14년 만에 이혼하고 맙니다. 
 
둘째 남편은 이탈리아 의사였습니다. 
그녀는 여행 중 우연히 만난 그 사람과 또 사랑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그러나 두 번째 남자도 역시 바람둥이였습니다.
남편의 바람피우는 현장을 신문에서 보고야 알게 됩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오드리 헵번의 결혼생활은 비극의 연속이었습니다.
왜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원만치 못했던 것일까요? 
바람둥이만 남편으로 맞아들였던 것일까요?
남편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오드리 헵번 역시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녀에겐 ‘배고픔’이란 게 있었습니다. 
 
그녀가 7살 되던 해 아버지가 가정부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딸에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지옥 같은 일이라며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 이후로 오드리 헵번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합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하고 배고파했습니다. 
여기서 생기는 것이 피해의식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하게 됩니다. 
 
이렇게 배고프고 목이 마르니 남자를 만날 때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자들도 자신들을 통해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려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누가 이용당하는 것을 느끼는데도 사랑이 생겨나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어렸을 때부터 크고 작은 이런 상처들을 받고 자라옵니다. 
대부분은 부모에게서 받습니다. 
가장 사랑도 많이 받지만 가장 상처도 많이 받는 대상이 부모입니다. 
 
이 상처는 ‘배고픔’과 같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어릴 적 배고플 때 먹지 못하면 상처가 됩니다.
그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는 성장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려 살아갑니다.
몸만 어른이지 배고픈 아이가 그 사람의 주인인 것입니다. 
 
어렸을 때 받았던 사랑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어른이 되면 자신의 힘으로 치유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을 이용해 내 배를 채우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채워주며 저절로 치유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폭력으로 타인을 이용해 치유하려는 방식이고, 후자는 사랑을 하면서 과거의 상처받은 아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방식입니다. 
 
히틀러는 가정부였던 자신의 어머니와 유태인 주인과의 불륜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 상처를 모든 유태인을 가두고 죽이는 데서 치유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치유가 아닌 가학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 피해를 받지만 정작 더 피해를 받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사랑은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는데 그 사랑받지 못한 원망만 치유한다고 그 상처가 치유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강요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복한다고 그 빈 공간이 채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비틀즈의 명곡 ‘헤이 주드(Hey Jude)’는 폴 매카트니의 자작곡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같은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의 아들 줄리안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폴 매카트니가 존 레논이 좋아해서 그의 아들에게 이 노래를 만들어준 것은 아닙니다.
당시 존 레논은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외도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에 아빠를 찾는 아이가 불쌍해 힘을 주기 위해 만든 곡입니다. 
 
폴 매카트니도 어렸을 때 어머니를 일찍 여읜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는 부모 없이 사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줄리안에게 존 레논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했지만 아버지를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슬픈 현실을 밝은 미래로 바꾸어보자는 희망찬 노래를 써서 선물하게 된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빵이 있습니다. 
이 빵은 우리 모든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랑 자체이십니다. 
그런데 사랑은 내어주는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사랑인데 빵인 것입니다.  
 
빵은 타인의 배를 채워줄 수 있는 무엇입니다.
사랑은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보다는 타인의 배를 채워줌으로써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영원히 목마르고 영원히 배고플 것이라고 하십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면 영락없이 또 자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주시며 서로 사랑하라는 계약을 갱신하십니다. 
그래서 성찬례 때 예수님의 피를 ‘계약의 피’라고 하는 것입니다. 
먹고 마시면 내어주어야 합니다. 
내어주는 게 사랑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내어줄 때에만 배고픔이 진정으로 사라지고 목마름이 진정으로 가셔집니다.  
 
전쟁터에 나가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 총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랑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겐 사랑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두 번의 결혼 실패 후 7년 간 자취를 감춥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는데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서 유니세프 자선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가 사망하자 전 세계가 세상을 윤택하게 한 가장 사랑받을만한 여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고 슬퍼했습니다. 
그녀는 마지막에 사랑을 함으로써 자신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빵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완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상처는 사랑하면 다 사라집니다.  
 
물이 부족했던 땅에 수로가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수로가 지나가는 주위 땅이 메마를 수 없습니다.
사랑 하려고 하면 결코 배고프거나 목마르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에 담겨지기 때문이고 사랑이 나를 통해 이웃에게 가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양식은 사랑입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전해주려고 할 때 내 안에 가득 차게 됩니다. 
사랑하려는 사람만이 모든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모든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 사랑의 통로가 됩니다. 
빵을 내려주는 사람이 됩니다. 
구약의 모세가 되고 신약의 예수님이 됩니다.
그러면 비로소 사랑받게 됩니다.  
 
사랑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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