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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8-07-04 조회수 : 388

 복음: 마태오 8,28-34
 
자신에게 속지 않으려면


   20세기 초 미국 최고의 결핵전문병원으로 명망이 높았던 웨이버리 힐스 병원에 근무하던 여성 간호사들이 이유 없이 계속 자살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결핵은 합당한 치료법이 없어 걸리면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햇빛을 많이 쐬어 주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신종 치료법 개발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흉곽 성형 수술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을 절개하여 폐에 직접적인 치료를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치료법은 매우 고통스러우면서도 실제로는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선 가슴을 절개하고 5~7개의 갈비뼈를 제거한 후 허파에 구멍을 뚫고 풍선을 넣어 부풀리면 폐가 확장되어 숨 쉬기가 수월해져 몸속에 있는 결핵균이 제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수술법은 매우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수술을 받다가 많은 수가 사망에 이르렀고 수술을 받고 나서도 그 후유증으로 인해 생존확률은 5%에 불과하였습니다.
감염의 이유로 이렇게 사망한 환자들은 병원이 몰래 만들어둔 지하 통로를 통해 아무도 모르게 처리되었습니다.

1926-1943년까지 17년간 그렇게 극악무도한 수술로 죽어간 환자가 무려 6만 4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 사실들을 모두 지켜본 간호사들이 강하게 항의를 했지만 명성과 이윤만을 추구했던 병원은 그들의 항의를 묵살했고 그렇게 수많은 간호사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타인을 아프게 하면서 괜찮을 수 있다면 이미 마귀가 되었기 때문인데, 간호사들은 그래도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많은 수의 간호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캔터키주 당국이 조사에 돌입하여 결국 흉곽 성형 수술을 하지 못하게 금지시키게 되었고 이 병원의 잔인한 돈벌이가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출처: ‘신종 치료법 개발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병원’, 서프라이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악습이나 집착에서 벗어나보려 해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사실 악습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저도 몇 번이나 술을 끊어보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목을 위해서, 혹은 친교를 위해서 조금은 마셔야 한다고 합리화하며 싫은데도 억지로 마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보니 제가 마시기 싫으면 아무도 마시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좋아서 마시고 있었던 것이고 원하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런저런 합리화를 통해 스스로 끊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는데 안 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모든 행위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것을 선택한 것’ 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해도 안 되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것’입니다.
그 ‘악습에서 얻는 이익’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악습에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웨이버리 힐스 병원도 자신들이 저지르는 만행에 대해 멈추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시체들을 몰래 처리하기 위해 지하 통로까지 파가면서 그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계속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서 오는 명성과 돈이 더 좋았을 뿐이고 그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 겉으로만 벗어나고 싶다고 했을 것입니다.

돈을 좋아하면서도 돈의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면 벗어날 수 없기에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거짓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한 마을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십니다.
바로 그들을 괴롭히던 마귀 들린 사람 둘을 치유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나온 마귀들은 그 마을 사람들의 생계수단이었던 돼지 떼에 들어가 그들을 모두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돈에 대한 집착이었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했었지만 실제로는 돈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던 집착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 예수님을 미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고장에서 나가달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귀 들린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는 돈을 좋아하기에 그 마귀 들린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고 그 고통을 즐겨 감수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신앙인들의 모습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돈을 좋아하면서도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은 오늘 등장하는 가다라인들이나 웨이버리 힐스 병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는 부자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따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가 돈을 포기할 수 없게 되자 예수님을 따르는 것을 포기하고 맙니다.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습니다.
하나를 사랑하면 다른 하나는 미워해야합니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미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따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 것을 좋아하며 예수님을 따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굴욕과 실패와 피흘림과 죽음과 가난을 약속하시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솔직히 인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믿는 행복이 과연 돈인지 예수님인지 결정해야만 하고, 하나를 결정했다면 하나를 미워하는 것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세상 것에 대한 집착에 신물이 나고 진정 벗어나고 싶어지면 그제야 예수님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실제로’ 생긴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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