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3월 3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3-31 조회수 : 117

복음: 요한 4,43-54 

 

혹독한 인생의 시련 앞에서... 

 

 

사목자로 살다 보니 은혜로운 체험들을 많이 합니다.

그 중 한 가지가 세상 한 가운데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형제 자매들과의 만남입니다.

그분들의 때로 흥미진진한 지난 이야기들, 때로 슬프고 충격적인 스토리들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많이 배웁니다. 

 

때로 공감도 해드리고, 때로 함께 울며 위로도 해드리는 그런 순간들이 저를 더 성장시키는 축복된 순간입니다. 

 

이 한세상 살아가다 보면 그 누구든 예외 없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인생의 풍파를 만나게 되고

좌절도 겪게 됩니다.

때로 그 시련이 너무나 혹독해, 도대체 하느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이런 일을 겪게 하시는가, 한탄도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왕실 관리도 그랬습니다. 왕실 관리라는 직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나라의 전권을 자기 손에 쥐고 있는 왕의 최측근으로서, 그리 잘 나가던 인생이었는데,

단 한 번도 큰 어려움 겪지 않고 승승장구해온 날들이었는데, 이번에 큰 암초에 부딪치게 된 것입니다.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덜컥 중병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부자였기에 아들의 치유를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봤겠지요.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이런 그에게 누군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귀가 번쩍 뜨인 그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이윽고 왕실관리는 예수님 앞에 당도합니다.

어렵게, 정중하게 말문을 엽니다. 

 

“선생님, 제 아들이 거의 다 죽게 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카파르나움에 있는데, 제발 저와 같이 내려 가셔서 좀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계셨던 카나에서 누워있는 환자의 집 카파르나움까지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습니다.

30Km 정도였으니, 약 80리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예수님의 반응은 의외입니다.

“알았다. 지금 당장 가자. 모든 것이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라는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책망 비슷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요한 4,48) 

 

살짝 뜸을 들이며 미적미적거리는 예수님의 태도 앞에 왕실 관리는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습니다.

더 이상 체면도 뭣도 없습니다.

아들만 낫게 된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제 아이가 죽기 전에 같이 내려가 주십시오.” 

 

아버지의 절박한 시선, 간절한 마음을 눈여겨보신 예수님께서 그저 딱 한 말씀만 던지십니다. 

 

“가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예수님께서 왕실관리에게 요구하신 것은 단 한 가지 ‘믿음’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메시아이라는 진리, 그분께서는 못하실 일이 없다는 것, 그분께서는 우리를 반드시 구원하시리라는 믿음, 그분께서는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시리라는 단 하나의 믿음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신앙을 조금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닙니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이 곧 메시아 하느님이시라는 것, 그분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를 위해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바치신 분이라는 것, 그분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 모든 죄인들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것...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