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간 금요일
제가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컴퓨터 본체의 가격은 25만 원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할 때이니 엄청나게 비싼 기계였습니다. 형과 저의 미래를 위해 아버지께서 큰돈을 들여서 사주신 것이었지요. 이렇게 비싼 기계이니 평생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pple II’라는 당시의 컴퓨터는 그렇게 오래 쓰지 못했습니다. 그 뒤, 대학에 들어간 형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컴퓨터를 샀습니다. IBM 데스크톱 컴퓨터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저장 장치인 플로피 디스켓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렇게 오래 쓰지 못했습니다. 군대 제대 후, 노트북을 구입했습니다. 메모리 1M, 하드디스크 용량 40M, 이 큰 용량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이 노트북의 용량이 너무 적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를 분명하게 체감합니다.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예전에는 최신 기기에 밝다는 소리도 듣던 저였지만 요즘에는 컴맹, 기계치 등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달리 우리의 빠른 변화를 재촉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늘 기다려 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우리 스스로 변화의 길로 들어서길 원하신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에는 어떻게든 맞춰 살려고 하면서, 주님을 향한 우리의 변화는 늘 뒤로 미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발전만큼 빠르게 변할 수는 없지만, 주님 뜻에 맞게 사는 신앙인으로의 변화를 늘 추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바로 지금부터 이루어져야 함을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을 통해 알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장차 겪게 될 고난에 대해 예고하신 뒤에, 제자들과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따르려면,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 비록 이 세상의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끝내는 진정한 목숨을 얻어 누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져야 할 십자가를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우리의 구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세상의 변화는 편하고 쉬운 것만을 쫓지만,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주님 뜻이라면 고통의 십자가라도 기쁘게 짊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지금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명언: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 미소, 악수, 격려의 말, 친절한 인사, 도움의 손길... 이 모든 것이 사랑을 향해 내딛는 작은 발걸음이다(헨리 나우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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