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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1-15 조회수 : 106

가엾은 마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나병환자 치유 이야기를 읽습니다. 나병은, 한센병으로 불리기 전까지, 불치의 병, 저주의 병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더욱이 전염되는 병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접촉은 엄금되었으며, 나병환자로 판명되는 순간부터 공동체에서 추방되어 격리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레위 13장 참조). 그러니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무너지게 하는 무서운 병, 살아 있어도 죽은 목숨과 같은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병환자가 치유를 간청하기 위해, 율법을 어기고,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그 장면이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제자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모두 그 자리를 떠났을 것입니다.

그는 엎드려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예수님도 율법을 초월하여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청원자의 간절한 마음을 감안하여 그의 글귀를 그대로 반복하시며 치유의 은혜를 내리십니다.

나병환자에게 몸이 깨끗하게 되는 육체적 치유 문제는 이제 별 의미가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가족을 포함한 모든 이가 자신을 멀리하는 데도, 이분은 가엾은 마음으로 나를 만나 주시고 내 몸에다 손까지 대시니, 이토록 함께하시며 내 마음의 깊은 병을 치유해 주시니,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주님은 나병환자를 치유하신 다음, 사제에게 그의 깨끗해진 몸을 보여줄 것을 지시하십니다.

나병을 포함한 악성 피부병 감염 여부를 판단하여 격리, 곧 공동체로부터의 축출을 명하는 역할을 사제가 맡고 있었으므로, 치유 역시 사제로부터 확인을 받아 정결한 사람으로 판명되고 합당한 예를 올려야 공동체 합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레위 14장 참조).

치유 받은 사람은, 이 율법 부분에 관해서는 별도의 지시가 없었어도, 당연히 따랐을 것입니다. 공동체 합류, 무엇보다도 가족과의 재회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함에도 이 율법을 환기하신 이유는, 율법 준수 이상으로 치유가 죽음에서 새 생명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며, 이제부터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으로서 감사와 봉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육체적인 병도 병이지만 이분들이 정말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소외이며,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 예수님께서 나병환자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가엾은 마음으로 함께함입니다.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에게 다가가 함께하는 가운데, 예수님의 제자들임을 드러내고, 그들 또한 힘을 내서 함께 제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성원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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