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본당 신부님은 외국 신부님이셨습니다. 키도 크고 호리호리한 외형, 머리 색깔도 다르고 피부색깔 또 눈색깔도 다른 외국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와 다른 외모에 처음에는 거리감도 많이 느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잘 놀아주셔서 지금은 포근함과 따뜻한 분으로 신부님의 모습을 기억의 한 편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의 기억입니다. 이 외국 신부님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완성형입니다.
예수님과 같은 존재, 절대 실수란 없을 것 같은 분, 심지어 화장실도 가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당시 신부님의 나이를 계산해 보니 30대 초중반인 것 같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50대 중반이니 저 역시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투성이입니다. 오히려 부족함이 더 첨가되었습니다. 노화로 인해 눈도 잘 안 보이고, 잘 뛰지도 못합니다. 헛된 고집만 세진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는 줄도 몰랐는데 자각할 틈도 없이 세월만 흘렀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을 뿐인데 어느새 지금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완성형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후퇴는 해서는 안 될 텐데 점점 뒤로만 가는 것 같습니다. 몸의 후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후퇴는 있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지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강조하셨던 예수님이십니다. 그런데 사랑의 반대편에 살면서 부정적인 마음으로 가득했던 것이 아닐까요? 몸뿐 아니라 마음도 후퇴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주님의 말씀에 집중해야 합니다. 쓸데없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뒤로 가는 삶이 아닌,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해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어떤 바리사이가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손을 씨지 않는 것을 보고서 놀랍니다. 단순히 유다인의 관습일 뿐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라고 꾸짖으시면서, 자선을 베풀라고 그래야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는 위선적인 신앙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이는 주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주님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후퇴의 길이 아닌 완성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랑을 실천하면 참으로 깨끗해진다는 예수님 말씀을 따르면서 완성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세르반테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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