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축복의 사목적 의미에 관한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에서 ‘동성 커플에게 사제의 축복이 가능하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교회가 동성 커플의 축복을 허용했다.’는 기사가 보도됐고, 이는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바뀌었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세간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교회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의 선언에서는 ‘혼인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은 수정될 수 없으며, 동성 커플이 교회 내에서 합법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언급합니다. 다만, 나약하고 결함이 많은 인간적인 면이 성령의 현존으로 치유되며 고양되기를 청하는 의미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이는 교회의 성사적 행위와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동성애란 무엇이고 동성애적 성향은 어디에서 말미암는 것일까요?
동성애는 그리스어 ‘homos(같은)’와 라틴어 ‘sexus(성)’의 합성어로, 동일한 성별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동성애적 성향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보통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구분되고, 선천적 원인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습니다. 교회는 동성애가 성경에서 단죄되었고 그 자체로 무질서이므로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동성애 행위는 성의 본질인 생명의 전달을 근본적으로 배제하고 오직 성적 쾌락만을 추구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만약 누군가 동성애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그러한 성향이 이미 뿌리박혀 있다면 그를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1)
동성에게 끌리는 성향 자체는 무질서한 것이지만, 그러한 성향이 있는 이들이 정결을 지키며 자신의 십자가를 잘 지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동성애적 성향과 동성애 행위를 구분하여 성향이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동성 간의 혼인을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에는 끝까지 반대할 것이고, 이 점은 자비와 관용의 아이콘인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확고하시지요.
동성애 문제를 놓고 누구는 ‘틀림’을 말하고 누구는 ‘다름’을 말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자녀의 출산과 건강한 양육이라는 혼인의 중요 요소가 결여된 동성 결합은 불완전하다는 것과 본인의 의지가 아닌 이유로 다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이 부당하게 핍박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자연법적 토대 위에서 성소수자들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포용할 방안을 계속해서 찾을 것입니다.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마태 5,45) 하느님의 사랑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1) 참조: 가톨릭교회교리서, 2357-2358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