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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신부님!”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12-29 08:53:11 조회수 : 532

제가 신부님이라고 불렀던 첫 번째 신부님은 우리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키도 크고 가슴에 털도 많았던 신부님! 성함도 기억 못 하고 멕시코 신부님이라고만 기억하는

그 신부님은 멕시코에 큰 지진이 났을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부활절에 부활 달걀을 머리로 깨서 까주셨던 신부님!

성당 마당에서 늘 인사를 받으시며 명찰을 보고 이름을 불러 주셨던 신부님! 보고 싶다!

우리 친구들을 모아 놓고 축성되지 않은 성체를 나눠주셨던 신부님. 덕분에 크래커를 들어 올리며

동생에게 그리스도의 몸하며 성체 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유치원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함께 놀아 주셨던 신부님!

수영장에서 저를 안아 주시고 여러 번 물속에 잠수를 하다가 물을 먹고 컥컥거리는 저를 위로해 주셨던 신부님!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서툰 신부님의 한마디가 있습니다.

 

철구야 이 다음에 신부 돼

 

저는 그렇게 신부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하늘에서 흐뭇한 웃음을 하고 저를 바라보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살아 계신다면 신부님께 달려가고 싶습니다. 가슴 털이 많았던 신부님의 마음에 안기고 싶습니다.

신부님! 그때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신부님!”

 

글ㅣ이철구 요셉 신부(교구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