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 자매 여러분,
2005년도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고통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심을 묵상하며 회개하고 자선을 베푸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 15)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하여 우리 모두 이천 동산리(단내성지와 어농리 성지 사이에 있는 동네) 출신이신 성 이문우 요한의 편지(1839년 12월 22일)를 귀담아 들읍시다.
“...모든 것을 아시는 천주 앞에서 왜 불안해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천주께서는 그 무한한 자비로 우리를 위하여 당신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셨고, 사람이 되신 천주 성자는 33년 동안 수많은 괴로움을 당하시고 세세만대에 모든 백성들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쏟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불행하게도 일생동안에 그분을 찬미하고 그분에게 감사드릴 줄을 몰랐습니다. 저는 천주를 위하여 털끝만한 덕행도 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보다도 변덕을 따라 천주의 마음을 상해드리고 그분을 배반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허송세월만 할 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다지도 어리석고 배은망덕할 수 있었는지요.
이 세상 생명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으며, 육신은 아주 허무한 물건입니다. 영혼이 육신을 떠난 다음 10일쯤 지났을 때에 그 시체를 보십시오. 얼마나 비참하고 애처로운 물건입니까. 코는 그 썩은 냄새를 견딜 수가 없고, 눈, 귀, 코, 입을 구별할 수가 없게 되며, 온 육체가 분해되는 과정에 있어 뼈 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아 아! 그런데도 이런 육체를 무슨 짓을 해서든지 잘 먹이고 곱게 입히려고 하지 않습니까?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정욕과 옳지 못한 경향을 어루만져 주고 야심과 재산과 안락과 쾌락에 대한 그 욕망을 모두 좇아갑니다. 육신을 위해서는 기쁜 마음으로 마귀의 종이 되고 참다운 고향의 영원한 행복을 잊어버리며, 온 마음과 온 힘을 기울여 버러지의 밥이 될 이 물건을 떠받치고 죽지 않는 영혼이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불에 타게 된다는 생각에도 떨지를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짐승과 같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그보다도 짐승은 구해야 할 영혼이 없지만 영혼이 있는 인간이 이렇게 짐승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입일니까?!
어떻게 뒤에 따라올 무서운 심판을 생각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습니까? 쓸 데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니, 이 생명이 다한 뒤에는 무서운 후회 밖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미친듯한 마음으로 천당을 하직하고 슬픔을 한 아름 안고 지옥으로 내려갈
때는 거기에서 빠져나올 무슨 방법이 있는 것입니까? 그 다음에는 누구에게 살려 달라고 하겠습니까? 보기 흉한 마귀의 종이 되어 집어삼킬 듯한 불
속에 끊임없이 있게 되니 얼마나 무서운 처지입니까? 저는 제가 지은 죄로 인하여 오래 전부터 이 영원한 벌을 받아 마땅하였습니다. 그러나
천주께서 지금까지 목숨을 보존하여 주신 이상, 저는 죄를 미워하여 사하심을 얻도록 할 생각입니다.
올해의 박해는 일찍이 이 나라에 있었던 것 중에 가장 심한 것입니다. 죽음으로 천주를 증명하고 천주교의
영광을 높이 드러낸 분들의 수효가 어떻게나 많은지, 성교회가 틀림없이 보존은 되겠지마는 남아 있는 교우들의 신앙은 얼마나 약화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기운은 다하고 마치 힘이 꺾인 것 같아 흔들리고 배교하고 쓰러집니다. 이제는 아무 약도 없다고 그들은 말하며, 냉담과 심약으로 밀려나가
도로 외교인이 될 지경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관절 무엇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이 천주교인이라고 말했으며, 무슨 희망을 가지고 우리나라와 같은
이교 나라에서 복음을 받아들였던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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