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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가톨릭평화신문 기획_전화위복, 하느님의 찐사랑을 체험하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25 조회수 : 860

[선교지에서 온 편지] 잠비아에서 신동호 신부헌 트럭 전복 사고 ‘아~’새 버스 축복식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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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트럭이 사고 난 직후의 모습.




불행한 일이 닥치다
본당의 트럭 한 대, 귀한 교통 수단
전복 사고로 사상자 발생  
시련 앞에 하느님께 자비 청해 

하느님 자비와 사랑 
수원교구 문희종 주교 일행 방문 후
버스 후원해 줄 분 연결돼 
차량 축복식에 감사 기도 바쳐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에게 생길 수 있다

현재 제가 머무는 마냐마 성 마르코 성당은 아프리카 잠비아의 북서쪽에 있는 솔웨지교구에 속해있습니다. 본당에서 담당하는 공소는 4곳이고, 주일에는 약 500~600명의 신자가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일 미사 헌금은 한화로 약 5만 원 정도가 걷힙니다. 본당 안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현재 학생들은 600여 명으로, 인근 지역에서는 많은 학부모가 보내고 싶어하는 가톨릭 사립학교입니다. 선교사로서, 본당 신부로서, 학교의 책임자로서, 그리고 지역의 유지로 지내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이런저런 도움을 요청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참 많답니다. 현지 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복음을 전하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는 언제나 기쁨과 행복만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삶의 여정 가운데 때때로 예상치 못한 시련과 고난, 사고와 위험이 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선교 사제로 살아가는 저에게도 그런 예상치 못한 일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본당에는 트럭이 한 대 있습니다. 이 트럭은 모래, 자갈, 장작, 벽돌, 옥수수 등 다양한 물품을 싣는 데에도 요긴하게 사용되지만, 평소 차량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당 신자들의 요청으로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피정이나 다른 프로그램, 혹은 본당 신자들과 가족 장례에 차량 지원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본당 신자분의 모친 장례가 나서 평소처럼 차량 지원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마침 지구 사제회의가 있어 아침부터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회의 중에 믿기 힘든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전에 신자분에게 지원해줬던 트럭이 전복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이 이해가 안 되어 내용을 확인해보니,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묘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본당 신자들 외에도 친척과 이웃 등 많은 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이 예식이 마무리된 뒤,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트럭 짐칸에 올라타기 시작했고, 그렇게 콩나물시루처럼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을 태운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가지 못해 트럭은 이미 과적 상태인 데다가 운전자의 과속과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분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거의 100명에 가까운 탑승객 전원이 경상 및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사고 현장에 가보려는 저를 보고 현지 신부님들께서 말렸습니다. 만약에 제가 그 사고 현장에 가게 되면 흥분한 사람들이 외국인인 신부를 보고 감정적으로 어떤 위해를 가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지 신부님들께서 사고 현장을 살펴보러 가시고, 저는 홀로 사제관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경당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주님,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일을, 당신 양들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저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미 벌어진 믿기 힘든 이 사고에 어찌할 줄 몰라, 인간적인 마음이 앞서면서 두려움이 밀려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본당 신부로서 끝까지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과 혼란한 마음들이 뒤섞이며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운 마음 가운데에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이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며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토록 나약한 제가 이 시련을 지혜롭고 담대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그리고 너무나도 큰 슬픔과 아픔이 있는 이곳에 당신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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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버스 축복식 후 기뻐하는 아이들과 함께. 신동호 신부 제공



“고통을 주셨다가도 당신의 크신 자애로 가엾이 여기시네.”(애가 3,32)

사고 이후 현지 교구 신부님들과 본당 신자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도 사고에 대한 모든 것이 정리되었고, 본당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트럭에 사람을 태우는 차량 지원은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당 신자분들은 차량이 필요할 때마다 외부 트럭을 대여해서 이용합니다. 참 황당한 현실이지만, 외부 트럭을 사용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땅한 다른 교통편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이용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평소 운용하는 통학버스는 30여 년이 된 중고 버스로, 수시로 고장이 나기 때문에 본당 신자분들을 위해 사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괜찮은 버스 한 대만 있다면,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서도 좋고, 주말이나 방학에는 본당 신자분들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몇 달 뒤 수원교구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님과 전 해외선교실장 유주성 신부님께서 아프리카 사목 방문을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으시고는 새 버스를 구매할 수 있는 후원자를 알아봐 주시겠다고 약속하시고 귀국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서 저는 하느님의 크신 자애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버스를 후원할 분이 나타나셨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빠른 후원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고, 본당 신자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심에 하느님과 후원자이신 김 아가타 자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성 마르코 초등학교와 성당 글씨를 새긴 새 버스가 본당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신자분들이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며 격렬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일에 미사가 끝난 뒤 전 신자들과 새 버스를 축복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어떤 차량 축복식 중에서 가장 큰 차량이기도 했고, 저에게 가장 큰 감격으로 다가온 그 시간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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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신자의 병자 영성체 중 만난 아이들과 함께.


새 버스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아가타 자매님의 또 다른 나눔으로 축복식 후에 신자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마냐마 성 마르코 본당 신자들은 마음과 배까지도 든든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로 기억할 것입니다.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에게 생길 수 있듯이 삶에 불행처럼 다가오는 고통의 이유를 우리가 전부 알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고통 중에 슬퍼하고 있는 이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분명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불행이 이따금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행을 두려워하고 좌절하기보다, 그 불행이 가져다준 아픔과 슬픔 너머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한없는 자비와 사랑을 수십 또는 수백 배로 더 준비해주시리라는 것을 믿고 희망해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예상치 못한 불행에 너무나도 아파하고 슬퍼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 이곳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온 마음을 다해 기도드립니다.



후원 계좌 : 신협 131-002-040468

예금주 :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신동호 다윗 신부 / 수원교구 피데이 도눔 사제 / 잠비아 솔웨지교구 마냐마 성 마르코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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