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선율에 위로 받은 신자들 ‘환호성이 절로’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공동체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으로
음악 들으며 기쁨 나누고
합창하며 하나로 어우러져
“우리 모두 손을 내밀어서 넘어진 형제 일으켜 주세. 손에 손을 잡고 저 험한 벌판 걸어가 보세. 서로가 위하고 서로가 사랑하면 이 모든 것 이겨 나갈 거요. 시냇물 흘러 바다 되었듯이 주 안에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오~”
지난 9월 25일 오후 제1대리구 조원솔대본당(주임 유해원 다니엘 신부) 성전을 가득 채운 신자들은 ‘우리’라는 곡을 다 같이 노래했다. 더러는 옆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고 흔들며 ‘주님 안에 하나 된’ 마음을 목청껏 선율에 실었다. 눈가에 고이는 눈물을 훔치는 신자도 있었다. 제22회 본당의 날 기념 오케스트라 음악회의 피날레이자 하이라이트,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전 신자가 함께한 합창이었다. 그간 코로나19로 신자들이 마음껏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 신앙생활도 일상생활도 흐트러져 지쳐있던 신자들은 이날 음악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졌다.
성 라파엘 대천사가 주보인 본당은 축일인 9월 29일과 가까운 주일에 맞춰 다양한 행사로 본당의 날을 축하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2년 동안 본당의 날 실시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본당은 올해 본당의 날 행사를 계획하며 그간 못다 한 기쁨을 나누고 공동체에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기획했다. 주제는 본당 사목위원 투표를 거쳐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24)로 정해졌다.
음악회는 전 신자가 선택한 것이었다. 본래 기차여행이 계획됐지만 코로나19로 장거리 여행이 무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본당은 기차여행과 체육대회, 음악회 3가지 방안을 놓고 전 신자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64%의 득표를 얻은 ‘음악회’였다.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은 여러 세대 모두가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연주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꼽혔다.
이날 1시간여에 걸쳐 마련된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막을 올려 성가, 클래식, 가곡, 동요, 오페라 아리아 곡과 트로트 메들리까지 다채로운 선곡으로 펼쳐졌다. ‘내 주를 가까이’(Nearer, my God to Thee) 등 성가곡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청한 신자들은 ‘고향의 봄’ 메들리에서는 허밍으로 함께하며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겼고, 나훈아 메들리와 베르디 오페라 곡 ‘축배의 노래’ 등이 연주되자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음악회의 전반적인 구성은 ‘하느님과 처음 만나 느낀 사랑과 기쁨’ (가곡 ‘첫사랑’), ‘세상살이의 질곡과 기도의 삶’(포스터 곡 ‘기도’), 이런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라는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신자들은 특별히 주님 말씀으로 서로 돕고 험한 세상을 이겨나가자는 희망을 담은 곡 ‘우리’ 합창을 위해 지난 9월 18일 교중미사 후 연습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정화(세라피나)씨는 “이 가을에 TV에서나 볼 수 있던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신자들과 함께 나누며 너무 행복했다”면서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위로받으며 나눠줄 힘이 다시 생겼고 공동체 의미도 새롭게 여겨졌다”고 본당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신자들은 음악회에 앞서 이날 오후 3시 기념미사를 봉헌하며 22년의 성장을 이루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올렸다.
이날 본당의 날을 축하하는 미사 전례와 음악회는 나눔 잔치로 이어졌다. 음악회 후 신자들은 간단한 경품 행사를 한 후 성당 정원에 마련된 가든파티 장소로 이동해 음식 잔치를 벌였다.
다가올 25주년을 준비하며 올해와 내년을 ‘가정 성화’의 해로 삼고 온 가족 성경 필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본당은 이번 행사 역시 25주년을 향한 마음가짐의 토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유해원 신부는 “거룩한 전례로 영혼을 살찌우고 가족들과 나누는 맛있는 음식으로 육신을 살찌우며, 음악으로 영혼에 묻은 일상의 찌꺼기들을 닦아내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된 신앙이 회복되고 ‘공동체’라는 의식이 일깨워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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