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의 장애인 보호 작업장인 ‘벼리마을’의 쿠키 제작 모습. 장애인들이 직접 쿠키를 굽고 포장할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되며 판매 수익은 임금으로 지급한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장내로 113번지 안양가톨릭회관 내에 위치한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시설장 이중교 야고보 신부, 이하 벼리마을) 가족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과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무척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달력에는 4월 20일보다 주님 부활 대축일인 4월 17일에 ‘별표’가 그려져 있다. 장애의 아픔을 지닌 많은 이들을 치유해 주신 예수님의 부활은 장애인의 날을 맞는 이곳 가족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며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 및 사회통합을 돕는 벼리마을을 찾았다.
2010년 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에서 분리돼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명칭을 변경한 벼리마을은 전체 이용 인원이 80명에 달한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으로서 전국 최대 규모이며 특히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 인 ‘해썹’(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시설을 갖췄다. 쿠키와 파이는 100% 글루텐 프리 우리쌀로 만든다.
직업 능력이 낮은 중증 장애인에게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직업 재활 사업 및 재활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은 보호가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한다. 더 나아가 근로 사업장 및 일반 고용시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러 장애인 보호작업장 중에서도 벼리마을이 시선을 끄는 것은 시설 크기뿐만 아니라 보호작업장 고유 역할과 함께 근로사업장과 직업적응훈련시설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이 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장애인들은 직업 재활 시설 이용에 대한 욕구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연장선이자 또 다른 직장이 되는 벼리마을 시스템은 장애인들에게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은 직업 능력과 적성 및 욕구에 따라 각 부서에 배치된다. 제과제빵 및 떡 생산 기술 등을 습득하고 사회적 자립 능력을 키우는 ‘생산사업부’, 직업 재활 훈련 프로그램으로 전반적인 직업 능력을 향상하는 ‘임가공사업부’, 일상생활 및 사회적응 훈련, 작업 훈련 등으로 직업 능력이 낮은 장애인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직업재활부’에서 각각 자신에 맞는 직업 재활과 작업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일하는 장애인’으로서의 꿈을 키운다.
기자가 쿠키 작업장을 방문했을 때 발달장애가 있는 송종석(요셉·33·제2대리구 석수동본당)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쿠키 반죽을 오븐에 넣고 굽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송씨는 10여 년 전 벼리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직업재활부, 임가공사업부에 있다가 특성 평가를 통해 지난 2020년부터 생산사업부 쿠키 작업장에서 오븐을 담당하고 있다. 임금을 받을 정도의 직업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송씨의 개인적 특성과 직업적 흥미, 적성과 강점, 제한점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직업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다.
직업 능력이 우수해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생산사업부 장애인의 경우 외부 취업을 통해 자립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이해 부족,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능력, 잦은 불량 발생 등 여러 사유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대부분 장애인은 일할 기회가 주어지고 최저 임금 이상도 지급되며 경쟁 고용시장으로 갈 수 있는 벼리마을에서 오래 머물기를 희망한다. 여기에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식을 갖고, 지속해서 노력하고 가족처럼 지내는 교사, 직원들 역할도 큰 몫을 차지한다.
2011~2013년 보건복지부 중증장애인생산품 시설 지정 및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대통령 설 선물 세트 납품 등 대량생산 및 직업 훈련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벼리마을은 최근 해썹 인증 취득 등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코로나19를 만나 고전하고 있다. 홍보 기회가 줄어들며 매출이 급감했고 올해부터는 기존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군부대 쌀 케이크 및 떡 납품이 일방적으로 전면 취소되며 걱정거리가 늘었다. 대량 준비해둔 원재료 소진도 문제다.
무엇보다 수입이 줄면 당장 장애인들 급여에 영향이 간다. 그럼에도 벼리마을 공동체는 판로 개척과 신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희망과 도약의 잔을 새롭게 채워 가고 있다.
이중교 신부는 “올해는 자격증 취득 등 직업적 전문성 향상 등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며 “이용 장애인들이 저마다의 직업적 목표를 이뤄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디딤돌과 계단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벼리마을 장애인분들은 교구 직원들입니다. 일이 없다면 직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일이 사라지지 않도록 본당과 기관에서 많은 쿠키를 주문해 주시고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문의 031-443-2789 벼리마을, 후원계좌 301-0056-6536-91 농협(예금주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이중교 신부(뒷줄 오른쪽 네 번째)와 장애인 및 직원들이 쿠키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