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구미동본당 신자들이 3월 13일 성전 입구에 놓인 우크라이나 사랑의 모금함에 성금을 넣고 있다.분당구미동본당 제공
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주임 노희철 베드로 신부) 신자들이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사랑과 나눔의 마음을 모았다.
본당은 지난 3월 6일 사순 제1주일부터 우크라이나 돕기 모금을 진행, 3월 18일까지 총 500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 금액은 우크라이나 돕기 모금을 펼치는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종관 펠릭스 신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본당의 이번 나눔은 무엇보다 신자들 요청으로 시작된 점에서 특별하다. 본당공동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신앙인의 참모습이지 않을까?’라는 물음으로 노희철 신부에게 모금을 제안했다.
기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기도의 결과를 작은 정성으로 나눠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였다.
본당 사목위원회 총무 박창희(베드로)씨는 “아이들을 비롯해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신자들이 먼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소명감, 자비심, 애긍심, 연민의 정 등을 드러냈다”고 배경을 밝혔다.
모금은 매우 높은 호응 속에 이뤄졌다. 통상 2차 헌금을 실시하게 되면 참여를 높이기 위해 1차 헌금함과 함께 모금함을 비치하는데, 이번에는 2층 성전 입구에 ‘사랑의 모금함’을 놓았음에도 많은 후원금이 쌓였다.
‘긴박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야 한다’는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계기였다. 6·25전쟁을 경험한 어르신 신자들은 “우리도 6·25 때 도움을 받았는데,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 한다”며 지갑을 열었다.
그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 돕기 등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온 본당은 우크라이나 돕기 모금에 대해 “곤경에 처한 이들을 위한 기도와 더불어 그들의 배고픔과 아픔에 동참하려는 노력”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노희철 신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신자들도 모두 힘겹게 지내는데,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서는 모습에 감사하다”며 “우리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소중한 사랑의 마음이 사순 기간을 통해 더 활짝 펼쳐지고 열려서, 성장과 기쁨이 배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덧붙인 노 신부는 “이들이 위기를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사회 전체가 건강해져서 문제가 덜 발생할 것이며, 그것이 신자의 참다운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2-03-27 [제3287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