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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정의 해’에 만나는 성가정] (4)호계동본당 오환철씨 가족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3-02 조회수 : 1613

“본당 봉사 함께 맞잡은 손, 모든 것이 주님 뜻이죠”

각자 본당 일선에서 착실한 봉사 활동
“우리 가족 신앙, 소중히 물려주고파”


오환철·이필영 부부(왼쪽 두 번째·가운데)가 지난해 연말 교구장 성가정 축복장을 받은 후 최영균 신부(오른쪽 두 번째)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2대리구 호계동본당(주임 최영균 시몬 신부) 이필영(베네딕타·56)씨는 인터뷰를 하는 날도 분주했다. 본당에 가족상을 당한 교우가 생겨서다. 본당 연령회원으로 활동 중인 이씨는 동료 회원들과 입관 예절 등을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연령회 부회장 조금현(막달레나)씨는 “몇 년 동안 함께 활동하며 느끼는 점인데, 늘 말없이 봉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했다. 이씨는 연령회뿐만 아니라 본당 선교분과에서도 분과장으로 활동 중이다. 성물방 봉사도 한다. 그는 “봉사는 좋은 것인데, 혼자서 여러 개 하는 것 같아 다른 신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봉사 가족’이다. 남편 오환철(베네딕토·56)씨, 딸 오혜선(비아·23)씨도 각각 전례분과와 주일학교에서 활동하며 본당 봉사의 일선에 있다. 아들 오권재(닐로·28)씨가 직장 생활로 타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어 본당 봉사 활동이 여의치 못한 점은 아쉬움이다.

특별히 이씨의 선교분과장 활동에는 남편과 딸 등 가족들이 함께한다. 최영균 신부는 “예비신자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이씨를 도와서 가족들 모두 대부모가 되거나 예비신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나눈다”고 칭찬했다.

‘봉사하는 아름다운 성가정’이라는 평가에 오씨는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하느님 안에서 다른 이를 위한 봉사에 온 마음을 쏟는 이들 가족은 다른 신자들 마음 안에 무언가 신앙인으로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듯했다.
오환철·이필영 부부가 하느님 자녀가 된 것은 1996년이다. 신앙을 갖고 싶어했던 오씨가 먼저 성당을 찾았다. 그리고 온 가족이 영세했다.

이후 이씨는 ‘그저 이름만 올려놓으라’는 말에 연령회, 선교분과, 성물방 봉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근육 경직 증상 등으로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몸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다들 믿지를 않았다. 뜻밖에도 그런 주변의 분위기는 이씨에게 더욱 용기를 북돋워 줬다. 이씨는 “단단하게 생겨서 아플 것 같지 않다고 한 말들이 ‘주저앉으면 안 되겠구나, 힘을 내야겠구나’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고는 “제발 아프지 않게 해달라,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하겠다”는 기도를 되뇌며 맡겨지는대로 봉사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건강도 좋아졌다.

남편의 전례분과 봉사도, 딸의 주일학교 교리교사 봉사도 이씨가 구심점이다. 남편에게는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고 딸에게는 “하루만 성당에 가서 미사 참례하고 봉사해 보라”고 권유했다.

성당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한 오환철씨 가족. 이들에게 봉사는 가족을 하느님 안에서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다.오환철씨 제공

가족들에게 함께 봉사하면서 느끼는 좋은 점을 물었다. “신자들이 부러워해요, 가족끼리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봉사할 수 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큰 보람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공동체 안에서 가족이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서로 이끌어주고 두터운 신앙 안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주일학교 유치부 교사인 딸 혜선씨는 “부모님이 교회를 위해 시간을 나누고 봉사하는 모습이 교리교사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대가 없이 책임을 지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도 기쁘게 한다”고 말했다.

‘봉사가 곧 기도’라는 이들 가족은 “각자의 봉사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또 가족들을 기억하고 만나기 때문”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가족의 신앙적인 좌우명은 ‘하느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이다. 우리는 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체험에서 나온 내용이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씨는 “부족하든 똑똑하든 다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고, 또 모든 분이 주님 보시기에 너무나 좋으신 분이라는 생각에서다”라고 풀이했다.

교구장 성가정 축복장을 받은 소감에 대해 가족들은 “기쁨이고 영광인 한편 가족 모두에게 신앙과 성가정의 큰 의미를 부여해 주시는 계기가 됐다”며 “하느님 일에 조금이나마 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성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같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믿고 실천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자녀들에게 신앙을 가장 중요한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고 밝힌 부부는 “외로울 때 주님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말씀을 실천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2-03-06 [제328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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