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사비노·24·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씨는 9월 중순부터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타악기 종신 수석’으로 활약한다. 타악기 종신 수석은 아우크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70여 명 중 단 1명으로, 공석이 생기지 않는 한 이를 뽑는 일은 거의 없다. 독일 오케스트라 130여 곳에서도 이는 비슷한 상황이기에 타악기 종신 수석이 되기는 그만큼 쉽지 않다. 한국인으로서도 독일 오케스트라 타악기 종신 수석으로 활약하는 이는 이씨가 두 번째다. 잠시 한국을 찾은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정말 기도의 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4월 종신 수석으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수습 기간, 예정된 1년이라는 시간보다 빨리 합격했고, 그 과정 동안 진심으로 그는 하느님께 의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디션 후 매일같이 이어지는 평가, 알 수 없는 동료들의 속마음 등 그 두려움과 공포·스트레스에 이씨는 눈물도 흘리고 외로움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종신 수석은 수습 기간 동안 단원들이 지켜본 후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씨는 “언젠가부터 ‘그냥 나답게 하자, 그래야 어떤 결과든 후회가 없다’ 싶었다”며 “하느님께 ‘나답게 살 테니 나답게 봐주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특별히 이씨는 “‘악기하는 사람’으로서 욕심과 기대를 덜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하고, 타악기는 자신의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표현한 이씨는 ‘천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밝혔다. 처음 빈 국립 음대에서 우연히 지나가던 뛰어난 타악기 솔리스트이자 대학 조교인 다비드 판츨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가르쳐 줬는데 그때 그의 존재가 천사처럼 느껴졌고, 누군가에게 자신도 그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현재도 악기를 연주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몰라 헤매는 이들에게 재능 기부하고 있는 이씨는 “혼자 힘으로 된 게 아니”라며 “항상 제 옆에 계시는 하느님, 하느님 존재를 알려 주시고 늘 기도해 주신 부모님께 가장 감사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