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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조력 존엄사법, 자살 방조하는 간접 살인법”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7-07 조회수 : 957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 특별 인터뷰


▲ 이성효 주교는 미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바꾼 결정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우리나라에도 큰 경종을 울린다며 환영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미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바꾼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국내에서 발의된 조력 존엄사법에 대해서는 강하게 질타했다. 이 주교는 “의료인들을 생명을 죽이는 일에 협조하게 하는 잘못된 법안”이라고 말했다. 또 얼마 전 로마에서 열린 가정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것은 ‘동반 사목’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성효 주교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생명존중 법안 제정 계기 되길

-미 연방대법원이 6월 24일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50여 년 만에 뒤집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의 생명운동가들에게 큰 기쁨과 선물이 되었습니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우리나라에도 큰 경종을 울리고, 생명을 지켜온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쾌거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10여 개 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통과되었지만, 연방대법원의 상위법인 ‘로 대 웨이드 판례’로 인해 현실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제 미국의 50% 이상의 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년째 낙태죄에 대한 입법 공백 상태로 국가가 가장 연약한 태아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 입법ㆍ사법ㆍ행정 기관이 생명존중 법안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태아는 천부적인 개별 인간 생명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 민주당 지도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번 결정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그리스도교 문화를 가진 나라의 정치가들의 낙태에 대한 의견은 진리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 소속 정당의 정책을 추종하거나, 극단적 페미니즘을 존중하는 게 진보적인 사고로 생각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생명 보호보다 ‘표’를 더 중요시하고, 소수의 약자보다 대중을 더 중시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불합치 결정의 주요 근거로 태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많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태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범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아기를 가질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은 본인들의 결정이었고 태아는 그 결과일 뿐인데, 책임을 무고한 태아에게 돌리는 것은 모순입니다. 태아가 여성의 자기 몸의 일부이므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입니다. 태아는 임신한 여성의 몸 일부가 아니며 분명히 개별 인간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천부적인 것으로 누구도 어떠한 이념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존엄한 것입니다.



낙태죄 공백 장기화 깊이 우려

-형법 낙태죄 관련 위헌 결정 이후 정부와 국회가 보완입법을 제정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총 6건이 올라와 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낸 개정안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법안은 6주나 10주 기간을 정하고 그 이후에 낙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기초해서 임신 14주 이전까지 낙태를 허용하되 성폭력 등 사정이 있는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었습니다.

교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해도 된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부터 완전한 개별 인격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주수에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단호히 반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또한, 정치적 이해득실로 인해 형법 낙태죄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살 돕는 조력 존엄사법 반대

-국회에는 현재 건강가정기본법, 평등법(차별금지법) 등 각종 쟁점 법안들이 계류돼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의 제목만 보면 상당히 좋은 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한다는 명분으로 전통적인 가정 제도를 무너뜨리는 ‘가정 해체법’이며, 차별금지법은 소수의 이념을 지켜주기 위해 다수의 표현 자유를 강제로 막고, 종교적 신념까지도 법으로 통제하려는 ‘역차별법’입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2020년 9월 7일 성명서를 통해 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조력 존엄사법은 제목과 달리 조력 자살법 또는 자살 방조 내지 간접 살인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들로 하여금 생명을 죽이는 일에 협조하게 하는 잘못된 법안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안락사인데, ‘인간에게 고통은 악이고 즐거움과 쾌락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이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고통은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도구입니다. 고통받는 말기 환자들을 자살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자비가 아니고, 한 영혼이 구원받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자살을 돕는 것보다 호스피스와 완화 의료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그래도 없어지지 않는 고통은 감당할 수 있도록 영적으로 도와주고 동반해 주는 것이 올바른 해결입니다. 그러므로 부족한 호스피스 병동을 늘리고, 완화의료 시스템을 키워서 고통 속에 임종하는 말기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잘 돌보아 주는 것이 올바른 정책입니다.



부부 33쌍, 자신의 가정 용기 있게 고백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로마에서 ‘가정의 사랑: 성덕의 소명이자 길’을 주제로 세계가정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세계가정대회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서에서 주최했습니다. 4일간 ‘가정교회와 시노달리타스’, ‘혼인 첫해 동반하기’, ‘그리스도인 가정의 정체성과 사명’, ‘혼인 교리교육’, ‘가정 성덕의 길’이란 다섯 개의 소주제에 따른 10개 패널에 33쌍의 부부가 자신의 가정에 대해 용기 있게 고백하는 장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평범한 가정을 가진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대회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감동적인 체험을 전해주었다는 점입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평신도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길을 찾으며, 함께 기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는 열린 마음으로 평신도들과 함께 이 길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교황, ‘동반 사목’의 중요성 강조

- 교황께서 특별히 강조한 것, 그리고 교회나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평소 교회가 상처받은 가정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가정의 해를 보내면서 상처들에 대한 사목 이상으로 ‘동반의 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가정사목의 핵심인 동반 사목이란 ‘기꺼이 맞아들이고, 경청하며, 동반해 주고, 식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7.10 발행[1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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