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광장에서 2년 7개월 만에 시성식 거행… 각자 자리에서 사랑과 봉사의 삶 살아가길 강조
▲ 붉은색 십자가와 하트 문양을 새긴 성 샤를 드 푸코의 수도복을 본딴 옷을 입은 소년이 15일 엄마의 어깨 위에서 교황이 주례하는 시성식을 지켜보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사하라 사막의 은수자’ 샤를 드 푸코(1858∼1916)와 인도의 첫 평신도 순교자 데바사하얌 필라이 등 복자 10위가 15일 성인 반열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앙의 모범을 보인 10위를 성인으로 선포하면서 “성덕은 영웅적인 몸짓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수많은 사소한 행위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성직자든 평신도든 각자 자리에서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아가면 누구나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2018년) 권고 내용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날 시성식은 2019년 10월 존 헨리 뉴먼 추기경 시성식 이후 2년 7개월 만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재개된 대규모 옥외 행사다. 최근 며칠 간 무릎 통증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대중 앞에 나타났던 교황은 이날 제단에서 잠시 서 있고, 몇 걸음 걸은 것으로 미뤄 통증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새 성인은 이탈리아 출신 5명, 프랑스 출신 3명, 인도ㆍ네덜란드 각 1명이다. 새 성인은 다음과 같다.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 프랑스 군인 출신. 트라피스트회 수도자가 되어 알제리 사하라 사막에서 이슬람 형제들과 형제애를 나누며 복음을 증거했다. 1916년 58살에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돼 목숨을 잃었다. 예수의 작은 형제회와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가 푸코의 영성을 따른다.
▷티투스 브란즈마(Titus Brandsma): 네덜란드 출신 사제 겸 교사. 가톨릭 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나치의 선전선동에 반대했다. 1942년 다하우 수용소에서 사형당했다.
▷데바사하얌 필라이(Devasahayam Pillai): 인도의 평신도. 18세기 힌두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죄로 고문을 받다 순교.
▷마리 리비에르(Marie Rivier): 프랑스 수녀. 1796년 프랑스 대혁명 공포정치 시기에 고아와 어린이들을 돌보는 마리아의 봉헌수녀회 설립.
▷예수의 마리아 프란체스카(Maria Francesca of Jesus): 19세기 이탈리아 출신 선교 수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카푸친 수녀회 설립하기 위해 7번 대서양 횡단. 우루과이에서 복음을 전하다 1904년 선종.
▷마리아 도메니카 만토바니(Maria Domenica Mantovani): 이탈리아 수녀. 1892년 성가정의 작은 자매회를 설립해 가난한 사람과 고아, 병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예수 산토카날레의 마리아(Maria of Jesus Santocanale): 1910년 시칠리아에서 루르드의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카푸친 수녀회 설립. 수도생활 내내 성막(聖幕) 앞에서 관상기도 봉헌.
▷세자르 드 뷔(Csar de Bus): 16세기 수도회 2개 설립한 프랑스 신부. 자선사업을 하며 강론과 교리교육에 힘썼다. 교리교육의 사도로 불린다.
▷루이지 마리아 팔라촐로(Luigi Maria Palazzolo): 가난한 이들과 고아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녀회 설립한 이탈리아 신부. 1886년 선종 직전까지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일했다.
▷주스티노 마리아 루솔리요(Giustino Maria Russolillo): 이탈리아 출신 사제. 하느님 부르심의 남녀 수도회 설립.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성소를 계발하는 데 헌신.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5.22 발행[1663호]